[사설] 지방에서 아이 낳아 키우면 ‘거의 무상’, 검토해볼 만하다
인천시가 내년부터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여 원을 지급하는 출산 장려책을 발표했다. 부모 급여, 아동 수당, 교육비, 보육료, 급식비 등 현재 중앙 정부와 인천시가 주는 지원금을 다 합하면 1인당 7200만원 수준인데 여기에 2800만원씩 특별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인천은 인구 299만명으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 덕에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합계 출생률이 지난해 0.747명으로, 광역 단체 중 셋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자 내놓은 지원책이다.
지금 만연한 출산 기피는 수도권 집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전국의 합계 출산율은 0.778명이지만 그중 서울이 0.593명으로 제일 낮다.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4개 대도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광역 지자체는 평균을 웃돈다. 교육 여건이 좋은 세종시(1.121명)는 출생률이 서울의 2배 가까이 되고 강원·전남·경북·제주·충남도 0.9명대다. 지방에 정착하면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아이를 더 낳는 것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아이 낳아 키우는 기쁨보다 비용이나 부담이 훨씬 커 출산 기피 현상이 극심하다. 집값이 턱없이 비싸고 생활비가 많이 드는 데다 사교육비를 비롯한 자녀 양육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만 몰리고 전통적인 지방 명문 국립대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서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업들도 서울 학교 출신을 선호하게 되고 기업 소재지도 수도권을 택하려고 한다. 그러니 서울 집값과 교육비가 올라간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 대책은 청년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지 않고 어떻게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느냐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면 지원하는 ‘상향식’ 인구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자체별로 포퓰리즘성 현금만 뿌리고 효과는 없을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만 맡겨 두지 말고 저출생 대책은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갖고 나라 전체를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로 대개조해야만 한다.
지방에 살며 아이를 낳으면 파격적으로 돈을 지원해주는 저출생 대책을 생각해볼 만하다. 지방 살면서 지방 대학에 진학하면 거의 돈이 들지 않게 하고, 지방에서 일자리 찾고 결혼하면 집 사고 아이 낳아 키우는 데도 큰 부담이 없게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지방에서 아이 키우면 ‘거의 무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수도권 집중 완화와 함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획기적 대책 없이는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는 이 심각한 저출생을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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