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신 36주 낙태, 일주일 노숙 집회, 모든 게 국회 직무유기 탓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이 매년 낙태 수술을 400여 건 하고 있고, 이 중 약 30%가 임신 말기인 30주가 넘은 경우였다고 한다. 임신 36주 된 산모의 낙태 수술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산부인과 상당수도 30주 이상 낙태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의료계에선 임신 22주 내외부터 태아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위험하고 불법 소지가 있는 임신 말기 낙태 수술이 아무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낙태가 입법 공백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듬해 말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 법 조항을 바로 위헌으로 할 경우 생기는 혼란을 막으려고 법 개정 시한을 둔 것이다. 당시 헌재는 ‘임신 22주’를 낙태 허용의 상한선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가 3년째 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직무유기를 했다. 처벌 근거만 사라져 임신 말기 낙태가 이뤄지는 것이다.
야간 옥외 집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헌재는 2009년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일몰 후, 일출 전’으로 돼 있는 집회 금지 시간이 과도하니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라고 결정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시한을 2010년 6월로 정했다. 그러나 국회는 13년 넘은 지금까지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집시법 조항만 효력을 상실해 민노총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일주일 노숙 집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헌법상 부여된 국회 입법권은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 좋은 입법을 하라는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정작 해야 할 일은 안 하면서 입법권을 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입법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하라는 입법은 안 한다.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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