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전 재정”과 “빚내 뿌리자”, 어느 쪽이 ‘딴 세상’ 살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건전 재정’ 발언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이) 다른 세상에 사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를 OECD 35국 중 2위로 평가한 외신 보도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정부가 견지해온 건전 재정 기조 등에 대한 평가”라고 자평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OECD 2위’라는 외신 평가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 사이엔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서민과 취약 계층, 자영업자 등은 고물가,고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딴 세상”이란 말까지 하며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비판한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엄청난 적자 예산을 편성해 현금을 뿌렸다. 400조원 규모 예산이 5년 만에 600조원대로 불어났다. 그것도 부족해 매년 빠짐없이 총 10차례에 걸쳐 151조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적자 국채를 마구 찍는 바람에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미친 집값’을 만들어 가계 부채도 1800조원대로 불어났다. 이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를 그대로 두면 나라 경제에 재앙이 닥칠 것은 불문가지다.
만약 문 정부가 부채를 이렇게 늘려놓지 않았다면 새 정부의 정책 운신 폭은 훨씬 컸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글로벌 복합 위기와 미·중 공급망 전쟁에 따른 무역 위축 속에서도 ‘건전 재정’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은 나름대로 해 왔다. 이 노력은 결코 폄훼돼선 안 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2.7%)은 미국(6.3%), 일본(5.1%), 중국(3.8%), 유로존(3.3%)보다 훨씬 낮다.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 대응 때 뿌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과 더불어 재정 긴축에 들어갔다.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2022년부터 예산을 8~19% 줄여 편성하기 시작했지만, 문 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46조원 늘린 예산을 편성했다. 대선 선거용이었다. 민주당 이 대표는 기본 소득, 기본 대출, 아동·청년·상병 수당, 학자금 대출, 쌀값 부양, 무료 생리대, 탈모 치료까지 재정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 사람이다. 그래놓고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조롱하며 “딴 세상”을 말한다면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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