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기뻐도 슬퍼도 그네는 늘 그 자리에… 소중한 추억은 장소에 스며있대요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그림 |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 | 160쪽 | 2만3000원
바닷가 언덕 위에 빨간 그네가 있다. 발을 굴러 솟아 오르면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재잘재잘 뛰어노는 소년 소녀들이, 평생을 함께할 친구와 연인들이, 세상 모든 게 설레는 아이들과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노인들이 그네를 찾아오고 또 떠나간다.
160쪽의 두툼한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며,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른다. 독자는 어린 시절, 성장, 우정, 상실, 성공과 실패 같은 타인의 삶의 순간들을 명상하듯 지켜보게 된다. 그 모든 순간마다 그네는 늘 그곳에 있었다.
그네에 앉아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사람들은 비밀을 털어놓는다. 늦도록 파티가 계속되던 밤, 사람들이 떠나자 그네 위로 반딧불이들이 모여들고 여우 가족이 서성인다. 그때, 하늘 위로 찬란한 은하수가 펼쳐진다. 숨이 턱 막힐 듯 아름다운 장면.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이 바닷가 그네와 같은 장소가 하나쯤 있었을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한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브리타 테켄트럽의 신작. 부드럽게 빛나는 색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구도와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독창적 그림체가 시간의 흐름과 기억이 깃드는 장소에 관한 시적인 이야기와 스며들 듯 어울린다.
그네도 나이가 들면서 삐걱이고, 폭풍우에 부서지고 잊힌 뒤엔 웃자란 풀나무에 덮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네와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네는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인생에서 소중한 기억 역시 사라진 게 아니라 그때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의 추억이 담긴 장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자신만의 그네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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