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6] 빈티지 차량들
007 시리즈로 알려진 작가 이언 플레밍의 동화 ‘치티 치티 뱅 뱅’은 1968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주제가와 더불어 관객의 동심을 사로잡은 하늘을 나는 요술 자동차는 미래형 디자인이 아닌 1920년대 모델의 자동차다. 2006년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카(Cars)’에서도 다양한 모델의 앤티크 카가 미국의 역사 도로 ‘루트 66(Route 66)’을 달리며 경주를 벌인다.
몇 해 전 런던의 유명한 빵집 ‘브리츠 베이커리(‘Brigit’s Bakery)’는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시내를 관광하는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탑승객들은 버스 이층 좌석에 앉아 한 시간 반 정도 런던 거리와 주요 명소를 둘러보게 된다. 운행 중 베이커리의 대표 디저트, 스콘, 샌드위치와 더불어 따듯한 홍차나 샴페인이 제공된다. 런던의 아이콘인 빨간색 이층 버스와 영국의 전통문화 ‘애프터눈 티’를 잘 결합시킨 히트 관광 상품이다. 여기서의 핵심도 1950년대 모델 ‘루트마스터(AEC Routemaster)’라는 빈티지 이층 버스의 사용이다. 현대식 차량으로는 그 기분을 내기 어렵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연말연시에 가장 커진다.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에게 받은 선물이나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뉴욕 교통 박물관에서는 매년 12월, 토요일마다 빈티지 기차로 일정 지하철 노선을 운영한다. ‘홀리데이 기차 탑승(Holiday Train Ride)’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매해 연식이 조금씩 다른 차량을 번갈아서 운행하는데, 올해는 1930년대 R1/9 모델 기차다.
빈티지 차량의 매력은 흔히 차의 본질로 간주되는 ‘성능’을 초월하는 경험이다.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타일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그야말로 승차감보다 하차감이다. 기계화, 컴퓨터화 시스템으로 차량 제작과 조립이 이루어지는 현대와 달리 과거 많은 부분을 손으로 두드려 만든 수공예를 감상하는 기분도 좋다. 수퍼카나 자율 주행 전기차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정서다.
“빈티지 차량은 빨리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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