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으로 보는 보수 지지자의 특징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2023. 12. 23.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TK도 대통령 거부권 반대… 과연 특검까지 할 사안인가
일러스트=유현호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소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는지를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것. 아무리 영부인이라 할지라도 죄가 있다면 수사하는 게 맞지만, 과연 특검까지 할 사안인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특검의 대상은 검찰이 수사하기 힘든 권력형 범죄에 국한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에서 주가조작이 벌어진 기간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윤 대통령 취임보다 무려 10년도 더 전의 일인 데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한 것도 2012년 3월. 애초에 ‘권력’이 끼어들 건덕지가 없었다. 둘째, 특검은 중대한 범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올 2월 내려진 1심 선고에서 도치이모터스 회장 권오수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을 실제로 담당한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주가조작 의도는 있었으나 주가가 계속 떨어진, 실패한 주가조작이란 게 그 이유였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 계좌를 맡긴 91명 중 1명의 전주에 불과했으니, 특검 대상이 되기엔 너무 사이즈가 작다.

셋째, 특검은 검찰 수사가 미진한 경우에 국한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월급을 받는 이유는 범죄자를 잡으라는 취지. 그런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1년 반을 털었지만, 기소는커녕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장이자 당시 검사였던 이복현은 올 2월 정무위원회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기소했을 텐데 증거가 없었다”며 “당시 변호인단은 조사를 받고자 했는데 검찰이 안 불렀다. 조사하면 처분을 해야 하는데 증거가 없어서 조사하면 할 수 있는 게 무혐의 처분밖에 없으니까 못한 거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은 전주 중에서 개입 정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 손모씨만 기소했는데, 1심 재판부가 손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니, 문재인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 못 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사안에 대해 81억의 국민 세금을 써가면서까지 특검을 해야 할까?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조국 사건을 수사한 이후부터 ‘김건희=주가조작’을 외치기 시작했고, 정권을 잃어버린 뒤에는 그 주장의 강도를 수백, 수만 배 높였다. 이건 민주당이 ‘김 여사 때리기’로 총선을 치르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아무리 허황된 거짓말이라도 수없이 반복하면 믿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니 말이다. 타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은 지난 3월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고, 4월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상임위 심사 기간 180일, 본회의 숙려 기간 60일 등 240일이 필요하니, 12월 22일 이후에는 민주당 단독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생각에 잠겨 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 수락 여부,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덕훈 기자

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강욱 등 민주당이 정한 이가 특별검사가 돼서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고, 내년 1월부터 총선이 끝날 때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특검 브리핑’이란 명목으로 매일같이 매스컴을 탈 것이다. 민주당과 좌편향 언론이 이를 확대재생산할 테니, 국민의힘이 아무리 좋은 전략을 내놓는다 한들, 이번 총선은 해보나마나다. 신기한 것은 민생과 하등 상관없는, 이런 비열한 선거 전략에 동의하는 이가 70%나 된다는 사실이다.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 생각하고,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좌파 지지층이 37% 내외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 수치는 지나치게 높다. 왜일까.

다음 기사를 보자.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7%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19%)를 크게 상회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사람 중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3%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35%)보다 높았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 여겨지는 게,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스스로 보수에 속한다고 말하는 그들은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윤 대통령이 잘되려면 김 여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 대선 기간 동안 보수층에서 유행했던 구호도 ‘이재명은 구속, 윤석열은 이혼, 안철수는 단일화’였다.

잠시 이재명의 부인인 김혜경 씨를 소환해 보자. 첫째, 김혜경은 이재명이 성남시장이던 2011년부터 관용차를 이용했고, 공무원 배소현을 사적으로 부렸다. 지난 대선 막판에 터진 법카 의혹은 그간 해오던 일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둘째,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08__hkkim이라는 계정의 트위터가 노무현·문재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소재로 한 고인 드립, 전라도 비하 등등을 일삼아 문제가 됐는데, 이 계정의 주인이 김혜경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위 ‘혜경궁 김씨’ 사건. 비록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은 김혜경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셋째, 이재명이 형수에게 패륜적인 언사를 내뱉을 때 옆에 있던 김혜경은 최소 여섯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형수는 “이재명 후보의 쌍욕과 손아래 동서의 비웃음 소리가 특히 뼈에 사무쳐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김혜경은 ‘나다. 작은엄마’로 시작된 통화에서 친형 강제 입원을 가지고 조카를 겁박했다. 하나하나가 다 말이 안 나올 만큼 심각한 사안이지만, 좌파 지지자 누구도 이를 이유로 ‘이재명이 김혜경을 버려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눈과 귀를 막은 채 이 모든 것이 공작이고 가짜 뉴스라고 우기고 있다.

지금 난 보수층도 김건희 여사를 맹목적으로 지키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김혜경에게 제기된 정도의 의혹을 김 여사가 받고 있다면, 그리고 그에 걸맞은 증거가 있다면 특검으로 진실 규명을 하는 게 맞다. 이마저 반대하면 우리가 개딸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10년도 더 지났고, 주범마저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건을 이용해 총선을 치르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놀아나지 말자는 거다. ‘떳떳하다면 특검 받으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도 제발 좀 접으시라.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지키지 못하게 될 테니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