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객들 마음 깃든 편지 200통을 모아서…
“편지 하나 써주실래요?”
5년 차 기사 명업식(63)씨가 모는 택시에 타면 공책과 함께 이런 질문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택시에 탄 승객들이 쓴 편지를 모아 책 ‘길 위에서 쓰는 편지 : 두 번째 이야기’(arte)를 냈다. 3년 전 같은 테마로 낸 첫 책 이후 모인 200여 명의 편지를 묶었다. “개인적인 일을 택시에서 푸는 손님들도 있다 보니, 1년 정도 택시를 몰았을 때 너무 힘들더군요.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편지를 떠올렸어요. ‘저작권료는 없습니다’고도 말하는데, 그러면 ‘100원만 달라’며 막 웃는 분들도 있어요.”
3년 반 동안 모은 승객들의 편지가 공책으로 30여 권이다. “다음에 이 공책을 만났을 땐 행복하게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살아내고 있다고 꼭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백부터, 누구나 겪는 출근길 고통까지. 편지에는 “오랜만에 나를 돌아보네”처럼 삶을 반추하는 일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내용이 많다. 명씨는 “택시를 타는 동안은 귀중한 혼자만의 시간”이라며 “손님들이 쓴 편지를 읽으며 저도 위로받는다. 승객들의 마음이 깃든 편지를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편지 쓰는 택시’는 이달까지만 탈 수 있다. “정년도 찼고, 서예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제 인생은 늘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앞으로도 택시에서의 즐거운 경험으로 힘든 순간들을 지워가며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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