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 문신에 이어 치아에 보석 박는 사람들
MZ세대 ‘투스젬’ 시술 난립
치과협회, 무면허 업장 고발
회의 중 맞은편에 앉아 업무 계획을 발표하는 선임의 치아에 무언가가 꼈다. 점심 먹고 양치를 안 했나,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눈에 계속 거슬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다. “선임님, 거울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반짝. “예쁘지? 이거 요즘 유행하는 거잖아. 너도 한번 해봐. 30분도 안 걸려.” 치아에 낀 건 충치도, 음식도 아니었다. 크리스털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신기해하며 ”나도 도전”을 외쳤다. 얼마 후 회사에는 치아에 체리, 다이아몬드, 하트, 별을 단 선후배들이 속속 생겨났다.
하다 하다 치아에 보석을 박는 시대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얼마 전 행사장에 새하얀 실크 드레스를 입고 눈이 시리도록 부신 주얼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치아도 반짝거렸다. 일명 투스젬. 치아의 투스(Tooth)와 보석을 의미하는 젬(Gem)을 붙인 MZ의 이른바 ‘치꾸(치아 꾸미기)’다.
화면 너머 별세상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은 일회성 멋내기용으로 투스젬을 한다고 쳐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그러나 요즘 MZ는 겁이 없다. 좋아 보이면 뭐든지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투스젬은 힙합하는, 센 언니의 상징이었다. 금색, 은색 치아 모양 액세서리를 이에 씌우거나, 치아와 치아 사이에 끼웠다. 치아를 뚫어 피어싱을 달기도 했다.
지금은 치아 표면에 접착제를 이용해 보석을 부착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 인터넷에는 투스젬 후기가 쏟아졌다. “기분 전환은 확실히 된다” “하루도 안 돼서 큐빅 두 개 떨어졌는데, 배 속으로 들어갔겠죠?” “치과 가서 떼야 한다는 글도 있던데, 일주일 돼서 손으로 긁으니 떼졌다” “친구 따라 투스젬 했는데 엄마한테 ‘왜 막 사냐’며 혼났다” “코에는 피어싱, 팔에는 용 모양 타투, 이에는 보석까지 MZ의 정점을 찍었다” 등등. 가수 아이즈원의 최예나도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와 큐빅 4개를 박은 투스젬을 자랑했고 출연진은 “요새 많이 하더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 tvN PD 나영석도 가수 이영지의 투스젬을 보고 “충치 아니냐”고 할 정도. 유튜브에는 셀프로 치아에 큐빅을 붙이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구입 출처 등이 불명확한 접착제를 가지고 양쪽 송곳니에 큐빅을 하나씩 붙이는 영상은 조회 수가 4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투스젬으로 검색하면 성분을 알 수 없는 접착제 등이 포함된 해외 배송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인스타그램 등에는 투스젬 시술을 홍보하는 글이 넘쳐난다. 현재 투스젬은 일부 치과에서도 하지만, 피어싱, 네일아트, 타투 관련 업계에서 시술을 주도하고 있다. 치위생사 경력을 내세운 업체도 꽤 있다. 보통 치아 표면을 산성 용액으로 닦아내고, 치과에서 쓰는 레진, 본딩을 전용 램프로 경화해 액세서리를 부착하는 방식.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유지 기간은 1~6개월로 개인 차가 있다고 한다.
치과 업계에선 “치아, 입안, 입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치과의사가 하지 않는 투스젬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 즉 불법이라는 얘기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투스젬 불법 시술이 난립하자 일부 업체를 상대로 고발장을 날리기도 했다. 한 치위생사는 블로그에 “나도 떼돈 벌어보려고 투스젬 쪽으로 전향 한번 해보려다가 불법 엔딩이란 얘기 듣고 깨끗이 포기했다”며 “하던 일이나 잘해야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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