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예수 생일 안 적혀있는데… 성탄절은 왜 12월 25일일까
크리스마스는 왜
마크 포사이스 지음|오수원 옮김|비아북|200쪽|1만6800원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12월 25일을 성탄절로 기념하지만, 신약성서 어디에도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가 기록은 없다. 루가 복음서에 “양치기들이 그날 밤에 양을 돌보고 있었다”는 말이 있어 희미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양치기들이 밤에도 양을 돌봐야 하는 건 3월에서 11월까지다. 2세기 중반만 해도 예수의 탄생은 워낙 신비로운 사건이라, 인간의 시간 밖에서 일어난 일이 틀림없다는 관념까지 존재했고, 초기 기독교인들은 죽은 날만 기념할 뿐 생일을 축하하는 건 이교도 풍습이라 여겼다.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크리스마스는 왜 하필 12월 25일일까?’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저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2~3세기 기독교인들은 여러 근거에 의해 예수가 춘분 무렵인 3월 25일 ‘세상에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의 아들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수태(受胎)로 해석해야 할지, 탄생으로 해석해야 할지 갑론을박이 일었는데, 동정녀 마리아에게 열광했던 사회 분위기가 예수가 수태 당시부터 신의 아들이었다는 이론에 힘을 실어줬다. 그래서 교회력은 3월 25일을 ‘성수태고지절’로 기록했고, 예수는 아홉 달 후인 12월 25일에 태어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는 것이다.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라고 최초로 언급한 기록은 354년에 발간된 ‘연대기(Chronology)’다.
산타클로스는 1800세가량 먹은 튀르키예 사람이다. 유래가 된 성(聖) 니콜라스는 서기 270년 즈음 현재 튀르키예에 속하는 파타라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당시 사제들은 수요일과 금요일 단식을 해야 했는데, 니콜라스 역시 수요일과 금요일에 엄마 젖을 거부해 신성한 아이로 여겨졌다. 어른이 되어선 여자, 술, 극장을 싫어했고, 평생 동정을 지켰다. 입냄새마저 감미로웠다고 전해질 정도로 온 몸에서 환상적인 냄새가 났는데, 이 전설 때문에 향료 기술자들의 수호성인이 되기도 했다. 외아들이라 부모의 전 재산을 상속받아 자선(慈善)에 몰두했다. 이웃이 몰락해 딸들을 사창가에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르자 한밤중에 몰래 이웃집 창문 틈으로 돈을 넣어준 것이 니콜라스의 자선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중세까지 니콜라스는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성인 중 가장 인기 있는 성인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교회가 잉글랜드에만 800곳이나 되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수호성인이자 아이들의 수호성인, 익명의 선물을 위한 수호성인이었다. 그의 축일이자 사망일인 12월 6일이면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겨났다. 12세기 프랑스에서 아이들은 니콜라스 축일 전날 밤 신발을 밖에 내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 착한 아이는 신발 속에서 선물을 발견했지만, 나쁜 아이의 신발은 텅 비어 있곤 했다.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유럽에서 기원해 미국에서 완성됐다. 성 니콜라스 숭배가 네덜란드 이민자들과 함께 뉴욕으로 전해져 유행했고, 여러 변형을 거쳐 1820년대에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 클로스’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빨간 옷에 흰색 모피를 끝단에 두른 산타 복장은 코카콜라 광고의 산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산타가 그런 옷을 입은 건 훨씬 오래전부터다. 19세기 그림에 묘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얽힌 깨알 상식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놓은 책.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은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킨 선악과 나무이며 캐럴은 원래 술집에서 부르던 노래, 루돌프 사슴은 1939년 시카고의 한 백화점이 성탄절 사은품으로 펴낸 그림책의 주인공이라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크리스마스는 ‘만들어진 전통’이고, 그를 기념하는 이들에 의해 계속 의미가 변한다고 말한다. ‘서양 명절 왜 챙기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한국의 성탄절 기념 전통도 의외로 유구하다. 1897년 12월 23일자 ‘독립신문’에는 이런 공고가 실렸다. “요 다음 토요일은 예수 그리스도 탄일이라 세계 만국이 이날을 일 년 중에 제일 가는 명절로 여기며 모두 일을 멈추고 온종일 쉰다고 하니 우리 신문도 그날은 출근 아니 할 터이요. 이십팔 일에 다시 출판할 터이니 그리들 아시오.” 원제 A Christmas Cornuc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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