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수능 수학, 문과 수준으로 출제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수학 과목이 현재 문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준의 범위로 축소된다. 22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2028학년도 수능에 ‘심화 수학’ 과목을 신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현재 수능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인 ‘수학Ⅰ’과 ‘수학Ⅱ’를 치르고, 선택 과목인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골라 응시한다. 그런데 2028학년도엔 선택 과목 없이 모든 학생들이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만 공부하면 된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에 포함된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은 출제 범위에서 빠지는 것이다. 어려운 ‘기하’를 선택할 필요도 없다.
국교위가 ‘심화 수학’을 신설하지 않은 것은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첨단 인재 양성의 기초가 되는 수학 학습량이 감소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적분은 대학 이공계열을 공부하는 데 필수적인 학문으로 꼽힌다.
국교위는 심화 수학이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통합형 수능이 단순한 시험 구조를 지향하고 있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수능에 심화 수학을 도입하지 않아도 2025학년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원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배울 수 있고, 대학이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수능에서 심화 수학이 빠지면 수험생 입장에선 별도로 공부를 할 이유가 줄어든다. 특히 미적분은 현대 수학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문·이과 공통 과목인 ‘미적분Ⅰ’은 이과생이 많이 선택하는 ‘미적분’에 비해 난이도가 떨어진다. 미적분이나 기하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 종사할 이공계열 입학생의 수학 능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하’에 있던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도 시험 범위에서 제외된다. 현재 문과 학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를, 이과 학생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고 있다. 앞서 대한수학회는 심화 수학 신설을 주장하며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은 이공계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한 필수 수학”이라고 했다. 이어 “오직 대한민국의 대학 신입생 상당수가 (대학에서) 고교 4학년인 것처럼 고교 수학 과정을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을 폐지하는 내용의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심화 수학’의 신설 여부는 국교위와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었다. 교육부는 조만간 국교위 권고안을 반영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초등생 의대반 등에선 초등 6학년이 미적분을 배우는 등 학습 부담이 늘고 있고,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학이 중요하긴 하지만 과도한 사교육비가 저출생의 원인으로도 꼽히지 않느냐”고 했다.
입시 업계는 문과 수준의 수능 수학만 치를 경우 최상위권 수험생의 변별이 관건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대학별 고사가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고, 출제 범위가 좁아진 만큼 변별을 위해 수능 난이도가 되레 치솟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화 수학이 빠지면서 수학으로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우면 수능 국어와 영어 등의 난도가 껑충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한 입시 학원 관계자는 “대입 제도와 수능은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킬러 문항’ 배제 발표처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부 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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