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죽음을 車 살 때보다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
작년에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간병비에서 화장비까지, 익숙하지 않은 수치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죽음의 준비라고 생각하는 묏자리와 수의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건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일 뿐이다.” 김현아의 ‘죽음을 배우는 시간’(창비)에 나오는 이 구절은 작년 초 같았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구절이지만, 지금은 지혜처럼 느껴졌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화장장도 겨우겨우 구했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응급실에서 시작된 사이클은 진짜로 상상 초월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기억들이 리얼하게 떠올랐다.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노화와 함께 치매와 우울증이라는 두 가지 정신적 변화를 맞게 된다.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미뤄놓았던 일들이 자신도 모르게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 빠르면 40대, 보통 50대부터 치매 위험에 노출된다. 막상 치매가 덮쳐오면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가능했을 수많은 결정들을 놓치게 된다.
류머티즘 내과 교수인 저자는 응급실에 들어가서 마지막 임종 순간까지,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제도적 맹점 때문에 벌어지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한 전문의가 살인죄의 종범이 된 1997년 보라매 병원 사건은 돈 때문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다. 간단한 서류 한 장만 미리 작성해 놓으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벌어질 연명 의료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을 집에서 보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15% 내외다. 대부분 처음 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낯선 기계음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 나 역시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지만, 집에서 죽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노인 인구의 급증과 1인 가구화 속에서 고독사를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50이 넘은 한국인들에게, 잠시 자신이 미래를 위해서 이 책을 권한다. 이 책 최고의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 준비를 덜한다.” 어떤 죽음을 맞을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래도 사용설명서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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