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유대인을 살린 善의 뿌리를 찾아 떠나다

백수진 기자 2023. 12.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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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레리뇽 고원

매기 팩슨 지음 |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528쪽 | 2만5000원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중남부 비바레리뇽 고원의 주민들은 나치를 피해 도망친 유대인과 난민 수천명을 수용했다. 이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생면부지 사람들을 숨겨주고,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아이들을 교육했다. 어떻게 이토록 참혹한 시기에 공동체가 합심해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 공동체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비바레리뇽 고원으로 떠난다. 폭력 속에서도 사람은 어떻게 선해질 수 있는지, 평화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고원의 과거를 되짚어가던 도중 난민 어린이 보호소에서 일하던 다니엘 트로크메라는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귀족 출신인 다니엘은 안락한 삶을 버리고 난민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레 그리용(귀뚜라미들)’의 관리자로 일하며 평생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봤다.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의 힘을 목격하고 연구자로서 고민하는 과정을 일기처럼 써 내려간다. 인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질 때 들춰보면 좋을 ‘선(善)’에 대한 인류학 연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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