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관 40곳에 40억 나눔… 기부 잘하려 단체도 만들어

윤상진 기자 2023. 12.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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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너 소사이어티] [4] 김성주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
김성주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그동안 단체·기관으로부터 받은 기부증과 감사장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그는 지난 16년간 단체·기관 40곳에 모두 40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억원을 기부해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의 서울지부 1호 회원이 되기도 했다./장련성 기자

‘기부 천사’가 늘고 있다. 김성주(77)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는 작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기리기 위해 최근 20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1월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를 만들었는데, 김 대표가 서울지회 1호 회원이다. 전국에선 네 번째. 2008년 첫해 6명으로 시작한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회원은 올해 12월 기준 3299명으로 늘었다. 누적 기부액(약정 포함)은 3741억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의 7층 건물 옥상에 있는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김성주 대표를 만났다. 에스제이아이엔씨는 김 대표가 기부처를 발굴하고 기부할 돈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부사업단체다. 직원 3명이 어려운 이웃을 찾고 있다. 현재 김 대표는 사회복지기관 40곳에 매월 약 4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비롯해 굿네이버스·월드비전·홀트아동복지재단·도밍고의 집·지리산고등학교 등에 김 대표의 손길이 닿고 있다.

김 대표의 기부는 2007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1970년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등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30여 년을 근무했다. 퇴직한 뒤엔 작은 무역 회사를 운영하면서 친구의 권유로 한 사회봉사단체에 가입했다. 2007년 어느 날 단체 사무실로 “미혼모 아이가 심장병을 앓고 있어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없어 후원자를 찾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단체 회원들에게 긴급 모금을 요청했지만 속도가 느렸고, 결국 김 대표가 800만원 기부를 결심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병원에는 ‘수술 성공 사례’로 아이 사진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내가 아니면 도울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눔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뒤 ‘기부의 기쁨’을 알게 됐다”고 했다.

12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제이아이엔씨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억 원을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김성주 에스제이아이엔씨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시작으로 김 대표가 후원하는 단체와 기관이 10곳에서 20곳, 30곳으로 늘었다. 지난 16년간 기부한 돈만 40억원이 넘는다. 김 대표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괜찮은 월급을 받았고, 외국인 동료의 권유로 일찍부터 국내 대기업 주식을 사모았다고 한다. 주식 투자 등에서 수익이 나면 기부를 했다. ‘기부의 기쁨’이 혼자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컸기 때문이다. 기부를 더 잘하기 위해 2016년 기부사업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웃 나눔을 실천한 공로로 2019년 ‘국민 포장’을 받았다.

그는 작년 여름 여동생을 암으로 떠나보낸 뒤 더 많은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을 짓는 데 기부를 집중할 계획이다. 김 대표 여동생은 독일어 강사 등을 하며 독신으로 지냈는데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했다. 동생은 평생 검소하게 살며 돈을 아끼려고 건강 검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웃들에게는 기부를 하면서 정작 동생은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며 “여동생 같은 말기 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여동생이 아껴 모은 재산 20억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호스피스 병동을 세우는 비영리법인에 기부했다. 병동 이름은 동생의 세례명을 붙여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으로 정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혼자 힘으론 공사비 100억원을 다 마련하기 어렵겠지만, 동생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매년 기부금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돈을 모을 때보다 나눔을 통해 얻는 행복감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업할 때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돈을 불릴 궁리를 하며 살았다”며 “그러나 기부를 시작한 뒤엔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니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는 “제 기부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기쁨과 보람을 느끼니, 제가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검은색 뿔테 안경은 코받침 부분이 닳아 도색이 벗겨져 있었지만 눈빛은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문의 080-890-1212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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