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신형 최첨단 장비, 첫 배송지는 인텔

김성민 기자 2023. 12. 23.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네덜란드 국빈 방문때 언급됐던 2나노 핵심 ‘하이 NA EUV’ 첫 출하
22일 처음으로 출하되는 ASML의 '하이 NA EUV 장비' 모습. 이 장비는 인텔 반도체 팹에 적용된다./ASML의 X 캡처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항해 미국·한국·대만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맺은 반도체 동맹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21일(현지 시각) ASML은 2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하이 NA EUV(극자외선) 장비’를 처음 출하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인텔의 미 오리건 반도체 공장으로 향한다. 현재 이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한 곳은 인텔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네 곳뿐이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언급됐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하이 NA) EUV 장비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인 2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장비이다. 현재 3~5나노 공정에 사용하는 기존 EUV 장비도 2500억원 정도의 고가지만 하이 NA EUV 장비는 가격이 2억7500만달러(약 3600억원)에 이른다. ASML도 2025년 이후에야 연 20대만 양산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높은 제조 기술력이 요구된다. 하이 NA EUV 장비는 렌즈와 반사경의 크기를 늘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극자외선의 집광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 NA를 기존(0.33)보다 높은 0.55로 끌어올렸다. 더 정밀하고 미세한 회로를 새기기 위해 더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낸 것이다. 2나노는 실제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 정도로 원자 6~8개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폭이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할수록 성능은 좋으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이 적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ASML은 EUV와 하이 NA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이 때문에 ‘수퍼 을’로 불린다.

2018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2021년 재진출을 선언하며 ASML에 미리 접촉해 초도 물량 6대를 확보했다. 인텔은 한때 ASML 지분 15%를 보유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이다. 인텔은 이 장비를 활용해 내년 2나노 공정, 2025년 1.8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의 가세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파운드리 시장도 기존 2파전에서 3파전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나노 이하 최첨단 미세 공정을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요동칠 것으로 본다. 조대곤 KAIST 교수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큰손들은 항상 가장 앞선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업체를 선택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하이 NA EUV 장비를 2025년 5대씩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2나노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ASML과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수도권에 차세대 메모리 노광 장비 개발을 위한 ‘EUV 공동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하이 NA EUV 장비 확보는 인텔에 뒤졌지만 EUV 활용이나 미래 기술 개발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TSMC도 대만 타이베이에 2나노 전용 반도체 팹을 건설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된 중국은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지난 9월 EUV 장비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로 7나노 칩 양산에 성공했고, 최근 화웨이는 노트북 신제품에 5나노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5~7나노 반도체는 수율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