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샤오미까지 “테슬라 잡겠다”… 배터리 공급망도 구축 [글로벌 포커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12. 2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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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패 야심 드러낸 中 전기차 시장
비야디, 폭스바겐 제치고 車판매 1위… 대표적 IT기업들도 전기차 생산 가세
화웨이 “1, 2km마다 충전소 세울 것”… 올해 신에너지차 850만 대 팔려
2025년 점유율 50% 달성 전망… 막대한 정부 지원 10년 만에 결실
中의 전기차 굴기 “테슬라 잡는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무섭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마저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잡겠다”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보조금 등 당국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성장 비결을 짚어 본다. 》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샤오미는 최근 내년 첫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이런 포부를 밝혔다. 후발 주자가 업계 1위 회사를 겨냥해 호기로운 각오를 보인 것이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의 성장세를 보면 무모한 목표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샤오미 외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도 전기차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가세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기존 1위 업체 비야디(BYD), 그리고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샤오펑, 니오, 리샹까지 각축을 벌이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이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 샤오미, 화웨이 등 IT 업체 가세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샤오미는 첫 제품인 ‘SU7’과 ‘SU7 맥스’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54) 회장은 17일 중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엔지니어 3400명과 함께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 샤오미의 첫 전기차를 개발했다”면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따라잡을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레이 회장은 3년 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당시 “내 인생 마지막 창업이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번에 출시한 첫 전기차에 대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샤오미의 첫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트북, 휴대전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주로 팔던 샤오미 매장에 전시용 전기차가 일부 등장하자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에만 신차 3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초 정식으로 차량을 공개한다. 내년에 10만 대, 2025년에는 20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샤오미는 출시 초기에는 구매자들이 차를 받으려면 1, 2년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제조업체인 싸이리스 등 기존 업체들과 합작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화웨이는 싸이리쓰(賽力斯)와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 ‘아이토(AITO)’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M9’을 26일 정식 출시한다. 10월에는 싸이리쓰가 중국 충칭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 “26일 정식으로 만나게 될 아이토 M9은 6인승 좌석에 3개의 혁신적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스마트카의 정의를 다시 쓸 것”이라고 직접 나섰다. 아이토 M9의 가격은 50만∼60만 위안(약 9000만∼1억1000만 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아이토M9 사전 주문이 몰리며 지난달 말 기준 주문량이 3만3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 업체인 중국 체리자동차와도 합작해 공동 전기차 브랜드인 ‘즈제(智界)’를 만들었다. 즈제의 첫 전기차 모델인 ‘즈제S7’은 지난달 9일부터 예약 판매를 진행했고 나흘 만에 주문량 1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2만 대 이상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3만5182달러(약 4541만 원)∼4만9267달러(약 6359만 원) 수준이다. 화웨이는 ‘즈제S7’의 경우 화웨이의 전기차 충전 기술력을 적용해 5분 충전으로 215km, 15분 충전으로 43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까지 선언했다. 화웨이 그룹 산하 화웨이 디지털 에너지 유한공사의 허우진룽(侯金龍) 회장은 7일 “내년 중국 340여 개 도시에 10만 개 이상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할 것”이라며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화웨이 충전소가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편한 충전, 항속(航續)에 대한 불안, 낮은 가성비가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며 “고속 충전기가 도시의 반경 1, 2km마다 들어서고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에 설치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올해 5분 충전으로 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효율·고전압 전기 구동 플랫폼인 ‘드라이브 원’ 양산에 나섰다”며 “충전 시간을 계속 단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10년 넘게 이어진 정부 지원 결실

중국은 세제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1∼11월 중국 내에서 신에너지차 판매는 77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올해 연간 판매는 850만 대에 달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3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035년까지 달성하려던 ‘신에너지차 시장 점유율 50%’ 목표도 10년 빠른 2025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에너지차 시장 선두에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가 있다. 비야디는 11월까지 중국 내에서 전기차만 267만 대를 판매했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 업체를 모두 통틀어 중국 내 1위다. 1984년 독일의 폭스바겐이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자기업인 상하이폭스바겐을 만든 이후 40년 가까이 중국 시장 1위를 유지했지만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가 폭스바겐을 앞질러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비야디가 올해 목표로 삼았던 ‘연간 300만 대 판매’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리샹, 샤오펑, 니오도 선전하고 있다. 리샹은 10월에만 4만422대를 팔아 처음으로 월간 판매 4만 대를 넘어섰다. 11월에도 소폭 상승해 4만1000대를 판매했다. 샤오펑 역시 10월, 11월 연속으로 2만 대 이상을 판매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니오는 11월에 1만595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1만6074대보다 약간 감소했지만 니오 역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2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내연기관차를 생략하고 전기차로 건너뛰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있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신규 자동차에 대한 번호판 발급을 최대한 억제했다. 반면 전기차는 번호판을 신속하게 발급했다. 게다가 2009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가격을 낮춰왔다. 이를 통해 신규 차량 수요자들 대부분이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중국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는데 비야디가 그동안 지원받은 금액은 70억 위안(약 1조29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의 ‘국내 판매 1위’ 목표 달성은 10년 넘게 지속된 중국의 전기차 육성 정책의 결실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 美, 中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

화웨이 매장에 들어선 전기차.
중국 전기차가 급부상하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초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산 제품 우대)’ 정책을 펼치며 이 관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재를 피하고 면세 혜택을 누리려 하자 미국 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WSJ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는)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 분야에 대(對)중 강경책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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