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에 900만원 넣으면 148만5000원 돌려받는다

배현정 2023. 12. 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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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월급’ 연말정산 벼락치기
2023년의 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말 정산 벼락치기’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바빠지고 있다. 자칫 새해벽두부터 돈벼락 대신 세금 폭탄에 괴로워질 수 있어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결과, 5명 중 1명은 평균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연말정산 직장인의 70%는 1인당 평균 77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13월의 월급’을 받을 것인가, 세금을 더 낼 것인가. 연말 재테크 마무리는 세금을 돌려받으면서 투자 수익까지 높이는 연금계좌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올해는 연금계좌를 통한 세액공제 한도가 전년보다 200만원 상향돼 환급액이 더 두둑해졌고, 금리 기조 변화마저 감지되는 시점이어서 연금 계좌 활용이 더욱 중요해진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금저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대표적인 절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액공제 상품이다. 최대 세액공제 한도는 연금저축은 600만원까지, IRP를 포함하면 최대 900만원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900만원을 불입하면,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5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118만8000원(공제율 13.2%)까지 환급해준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연말정산에 대비해 연금저축과 IRP에 매월 자동이체를 해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도가 200만원 늘어났으므로 다시 체크해서 12월이 가기 전에 추가 적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기간이 임박했다고 ‘묻지마 가입’은 오히려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로 벌써 예금 금리가 꺾이고 있지만, IRP에는 아직 연 5%가 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남아있어 안전자산을 기본으로 전략을 짜는 것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앞으로 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커서, 고금리 원금보장 상품은 서둘러 가입해두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12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IRP) 금리로 유진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연 5.45%(ELB, 만기 3년)를 제시했다. SK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연 5.05%와 연 5.02%로 각각 원리금보장 ELB상품을 내놨다. 12월 은행 예금 금리는 우리종합금융의 연 4.4%가 최고 금리다. 이어 전북은행(4.17%), 수협은행(4.1%), 대구은행(4%) 등에 4% 이상 상품이 소수 남아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는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계좌의 기대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연 5% 전후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도 그 수준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비중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등을 통한 고수익을 기대한다면, 주식형펀드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관심을 둘 만하다. 올해 주식형펀드를 앞세운 퇴직연금펀드의 성과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흥국글로벌이노베이션’이 연 61.9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글로벌반도체(연 60.65%),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연 60.15%),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연 60.04%), 하나글로벌4차산업1등주플러스(연 53.11%) 등이 무려 연 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익으로 ‘톱5’에 올랐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4차산업 혁신기업과 반도체 상위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김현규 하나은행 도곡PB센터지점 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일본이나 중국, 인도 등 급변하는 시장의 상황을 그때그때 따라잡으며 갈아타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주가 부담이 있더라도) 글로벌 주식시장의 중심인 미국과 혁신 산업에 무게를 두고 투자하는 전략은 앞으로도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형 상품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증시의 부침에 따라 손실을 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투자를 고려한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적격이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비율을 조율해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이래 지난달 설정액이 9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상품 뒤에는 ‘2040’ ‘2050’과 같은 숫자가 붙는데, 2050은 2050년에 은퇴할 예정인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젊었을 때는 공격적(주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채권)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18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율을 보면,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은 연 17.24%, ‘KB온국민TDF2055’은 연 16.74%, ‘삼성한국형TDF2050’은 연 13.88% 등으로 대부분 연 10%대의 우수한 성과를 냈다. 김동엽 상무는 “TDF의 기본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생애 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 그래프) 설계는 유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률도 비슷해질 수 있어, 수수료를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도 실질적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연금 상품별 금리(수익률) 및 상품별 판매처에 관한 정보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의 장단점 비교도 필수적이다. 연금저축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투자 대상이 제한적이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와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중 선택해야 한다. IRP는 소득이 있는 취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데, 하나의 계좌 안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조합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두루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TDF, 채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연금계좌는 만 55세까지 유지해야 함도 유의해야 한다. 중도 해지 시 기타소득세 16.5% 부과로 운용수익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세액공제를 위한 연금계좌 가입시한은 연금저축은 31일까지, IRP는 29일까지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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