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포교’하는 지식과 실존의 여정
이명현·장대익 지음
사이언스북스
이 책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는 성경·코란·금강경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다. 종교는 천동설을 믿던 중세의 유물. 인생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선언문이다. 중세의 수도사는 금욕과 수행을 통해 진리를 구하지만, ‘과학 인생 학교’에서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서 진리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유명한 과학 저술가 이명현 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과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가 함께 토론하며 썼다. ‘과학책방 갈다’를 공동창업해 운영하며 과학을 ‘포교’하는 두 사람은 “머지않아 개설할 ‘과학 인생 학교’의 수업 노트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라며 “과학적 세계관을 가진 자들의 간증”이라고 서문에 밝혔다. 둘이 썼지만 이질감이 없다. 두 사람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과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게 이 책을 헌정했다.
천문학자 이명현에게 인간은 ‘별먼지(stardust)’다. 그는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 인간을 이루는 성분은 우주의 핵융합과 초신성폭발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우주가 실제 우리의 시원이자 고향인 셈.
진화생물학자 장대익에게 인류는 ‘잔가지’다. 수십억 년을 이어온 유구한 ‘진화의 나무’ 끄트머리에 가까스로 매달린 하찮은 잔가지. 운 좋게 생존했다는 점에서 인류는 침팬지는 물론 박테리아와도 동급이라 하겠다.
종교를 부정하지만 두 사람은 어딘가 독실한 순례자 같다. 먼지와 잔가지라고 자신을 낮춰가며 존재의 심원을 탐구하고,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해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죽음이 몹시 두려웠던 초등학생 이명현, 모태신앙으로 대학 시절까지 선교활동을 하며 진화론과 유신론의 조화를 꿈꿨던 장대익. 두 사람이 솔직하게 어린 시절의 실존적 고민과 지적 여정을 고백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그러나 여전히 종교는 힘이 세다. 새벽마다 기도하고, 매주 한 자리에 모여 노래하고 경전을 외우는 사람이 많다. 저자들도 “인류 문명이 붕괴하는 날까지도 종교는 멸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의한다.
다만 이들은 지금껏 인류가 별을 보고 신화를 만들며 문명을 건설했듯, 앞으로는 경이로운 과학적 진실을 토대로 더 멋진 신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두 사람이 보기에 “인간은 연약하지만 고고하고, 미미하지만 위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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