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겨울 사랑
2023. 12. 23. 00:01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 (푸른숲, 1996)
하나면 될 때가 있습니다.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끝에 마주한 따뜻한 차 한 잔. 정말 이것이면 모두 괜찮아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의 일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열에 아홉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열에 하나만 마음에 꼭 들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겠지요. 그동안 있었던 숱한 별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물론 사람도 그렇습니다. 한 사람만 있으면 세계가 온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내가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그리고 한평생을 힘내어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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