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화제 만발' 한동훈 비대위원장..."尹, 애정도 남달라?"
친윤계의 '한동훈 추대론'에 비윤계 '찍어 누르기' 비토도
장관 한동훈 "민주당이 시켜서" 비대위원장 결심 후 말 아껴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전국이 세밑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지만 여의도 정치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이번 주 정치권의 최대 화제는 단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이다. 이미 정가에서는 예견했던 내용이지만, 한 전 장관의 여의도 입성으로 여야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전 장관은 지난 21일 이임식을 끝으로 법무부를 떠났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의 사표를 2시간 만에 수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한 전 장관의 사표 수리를 직접 브리핑하면서 윤 대통령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장관의 태도도 여의도 문법에 맞춰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던 한 전 장관이지만 비대위원장 수락을 굳힌 이후 말을 아끼면서다.
-여당이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했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당 내홍 수습에 안간힘을 모으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설에 이재명 대표는 이례적으로 김부겸 전 총리를 두 차례 만나며 협조와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암컷들'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옹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용했던 '세자 책봉식'?...한동훈 사표 받고 입장 안 낸 용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드디어 정계에 입문했네.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국민의힘 요청을 한 장관이 수락해 지난 21일 사표를 제출했고, 윤 대통령은 한 전 장관 사의 표명 약 2시간 만에 이를 수리한 거지.
-대통령실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해.
-당일 오전 일찍부터 한 전 장관이 사의 표명할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법무부에서도 오후에 이임식이 열린다고 공지한 상태라 출입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사표 수리가 언제쯤 될지 초집중하면서 대기 중이었어. "세자 책봉식이 언제쯤 되는 거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전 장관의 정계 데뷔를 공식화하는 윤 대통령의 사표 수리는 최대 관심사였거든.
-사표 수리 후 대통령실이 따로 언급한 게 있었어?
-공식적으로는 없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장관 사표 수리 배경이 뭔가', '사의 표명에 대해 윤 대통령의 메시지나 반응이 있었나'라는 질의에 "당과 한 장관이 논의할 부분"이라면서 말을 아꼈어. 세자 책봉식(?)이 조용하게 지나간 셈이지.
-자칫 당무 개입 논란이 될 수 있으니 당연히 그랬겠네.
-눈에 띄는 점도 있었어. 통상 장관의 면직안 재가 건은 대통령실이 주로 공지를 통해 기자단에 알려주는데, 한 전 장관의 경우엔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직접 전달한 거야.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참모 사표 수리' 공지 방식을 모두 살펴봤는데, 대변인이 직접 브리핑한 경우는 지난해 '건강상 이유'를 들었던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 또 지난 10월 '자녀 학폭 논란'에 휩싸였던 김승희 의전비서관 등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대해 명확한 배경을 설명해야 할 때뿐이었어. 대통령실이 한 전 장관에 대한 메시지는 따로 내지 않았어도 윤 대통령이 한 전 장관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어.
-앞으로 당과 대통령실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가 궁금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의 자리에서 한 전 장관에 대해 "있는 그대로 나에게 말해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고 하는데 소통이 잘될 것이란 기대감은 있는 것 같아.
-김기현 전 대표 체제에서도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는 혁신위를 통한 '불출마 요구' 전까지는 좋았잖아. 하지만 윤 대통령과 김 전 대표의 관계는 결국 아쉽게 끝이 났어. 22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천'을 둘러싸고 당정 관계는 더 역동적으로 전개될 것 같아.
-한 전 장관 사임 외에 지난 19일 있었던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두고도 뒷말이 나와. 외교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장 후보자를 한꺼번에 지명할 거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국가안보실장 인선은 뒤로 밀렸어.
-표면적으로는 외교부 장관과 1차관, 2차관이 단번에 바뀌면 부처 내부가 어수선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혀. 반면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김태효 현 안보실 1차장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후문도 있어. 어쨌든 장 1차관의 안보실장 임명은 확정적이라고 하니 앞으로 국가안보실에서 두 사람이 어떤 호흡을 보일지 궁금하네. 최근 국가안보실이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을 신설한다는 개편안도 발표했고. 참고로 안보실장이 2명 바뀌는 동안 김 1차장은 계속 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민주당이 물으라고 시킨다던데" 한동훈 발언에 '당황'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19일 국회 발언이 화제였지?
-맞아. 한 장관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어. 비대위원장 추대 문제로 당내가 시끌시끌하던 때였으니까 취재 열기도 어마어마했지. 한 장관은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는 연설로 보였어.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판도 조목조목 반박했지. "공직 생활하면서 공공선을 생각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당차게 이야기했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나 명품가방(백) 의혹에도 답했다며.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이었지. 답변도 역시 헤드라인을 장식했어. 당시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했어. 굉장히 센 대답이었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도 드디어 답을 내놨어. 한 장관은 "기본적으로 내용을 보면 몰카공작이란 것은 맞다.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 소리'가 고발했다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의혹이 '몰카공작'에 해당한다고 밝힌 거지.
-한 장관의 답변에 기자들이 조금 놀라기도 했다던데.
-명품백 질문을 받을 때였어. 한 장관은 이 질문을 던 기자를 쳐다보면서 "그때도 물어보지 않으셨나요?"라고 두세 차례 되물었지. 그러고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꼭 물어보라고 시킨다던데. 여러 군데다가 공개적으로?"라고 또 반문이었어. 질문에 의도가 있다는 표현이지. 기자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말이지. 다들 정신없는 와중에 조금 황당하다는 분위기였어.
-그런데 다음 날엔 말을 아꼈다면서.
-한 장관은 지난 20일에도 또다시 국회를 찾았는데 이땐 기자들 앞에 서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바로 탔어. 기자들이 계속 질문하니까 "충분히 말씀드렸다"라고 하더라. 또 "제가 마음이 좀 독해졌다. 처음에는 부담돼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어. 서초동 어법에 익숙하던 한 장관이 여의도 언어에도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카운트다운…속앓이 의원들?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21일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어.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 같은데.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8일 만이야.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지. 윤 권한대행은 김 전 대표 사퇴 바로 다음 날인 14일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의견을 모았어. 이어 곧바로 이뤄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의결했어. 15일엔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에 대한 당내 의견을 들었지. 18일엔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어. 그리고 20일 상임고문 간담회를 열어 재차 의견을 청취했지. 그렇게 최종적으로 한 전 장관이 낙점된 거고.
-이 과정에 대해 당내에서 불만도 나온다며?
-친윤계 의원들이 한 전 장관 추대론을 밀어붙였거든. 지난 15일 의총과 18일 연석회의 때만 해도 한 전 장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고 해. 연석회의에 참가한 한 중진의원은 "한 전 장관 추대론과 비토론이 6대 4 정도였다"고 말했어. 회의 초반엔 친윤계 인사들이 한 전 장관 추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여론을 모아가는 듯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해. 사실상 비토론이 더 많았다고 봐야겠지. 비토 이유로는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어. 정치 경험 없는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됐다가 정치적으로 상처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야.
-친윤계 의원들의 여론몰이에 불만이 나왔지만 한 전 장관 추대를 기정사실화했지. 의견수렴 절차가 무색해지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엄석대식 승리 공식"이라고 비판했어. '엄석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인물인데, 독재자 같은 모습을 보이지. 김 의원은 "10원을 걸고 내기를 하다 지면 다음 판은 판돈을 20원으로 올린다. 그 판을 지면 다시 판돈을 40원으로 올린다. 그 판을 지면 다시 판돈을 80원으로 올린다"며 "이길 때까지 하면 된다"고 적었어. 그러면서 "중진회의, 의원총회, 연석회의, 원로회의, 당심 100% 여론조사 답 나올 때까지 (의견수렴) 할 듯"이라고 덧붙였어.
-한 전 장관 추대에 대해 사실상 용산 대통령실의 '내려꽂기'라는 시각도 있지?
-맞아.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친윤계 의원들의 '찍어 누르기식' 여론몰이가 오히려 한 전 장관에게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어.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한 전 장관이 됐을 것"이라며 "수직적 당정관계가 계속 당의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대통령의 측근인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봤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라는 점 등 한 전 장관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아. 또 다른 초선의원은 "야당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관건"이라며 "곧바로 있을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 정국에서도 한 전 장관은 시험대에 오를 거야. 한 전 장관이 어떤 리더십과 정치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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