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어귀 소박한 닭곰탕, 담백하고 맑은 국물 일품

2023. 12.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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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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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닭곰탕은 삼복더위에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찬바람 부는 계절에 더욱 잘 어울리는 보양식이다. 닭곰탕은 소고기곰탕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집에서 요리하기도 비교적 손쉬운 메뉴다. 옛날 어머니들이 손맛을 자랑하며 식구들에게 특별식으로 내어놓던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레시피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모처럼 솜씨를 발휘하려는 아빠들의 실전 메뉴로도 추천할만하다. 먼저 손질된 생닭을 삶은 후 물을 한 번 버려 기름기를 덜어낸다. 파·양파·생강·마늘 등을 함께 넣고 다시 삶은 뒤 국물에서 건져내 살코기를 잘게 찢고 소금·후추 등으로 간을 한 후 부추 등을 더해 한 번 더 끓이면 완성이다. 입맛대로 매콤한 다진 양념이나 파·후추 등 양념을 더해서 즐기면 된다.

닭곰탕은 여느 음식에 비해 가성비가 뒤지지 않는 대중메뉴다. 1990년대 초에는 식당에서 2000원 정도 했는데 지금은 8000~9000원 수준이다. 요즘은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면서 닭곰탕가게가 줄어들고 있지만 옛 맛을 자랑하는 가게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초입에는 1962년 개업해 환갑을 넘긴 원조 닭곰탕 전문식당 ‘닭진미(사진1)’가 있다. 옛날 ‘강원집’에서 이름을 바꿨다. 복잡한 시장통 어귀에 옛날 분위기 그대로 자리 잡고 있는 가게다. 갈치골목 입구에서 참 늠름하게 버틴다. 2대를 이어오면서 지금은 창업주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가 운영한다. 허름하지만 정감이 가고 특별한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가게다. 남대문시장을 찾은 손님과 상인들, 닭 매니어들이 즐겨 찾는 가게로 하루 종일 손님이 많고 2층도 있지만 식사시간에는 기본으로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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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닭곰탕, 고기백반, 닭고기, 통닭 4개뿐이다. 닭곰탕(9000원)을 시키면 연륜이 보이는 양은냄비에 푹 고은 곰탕을 1인분씩 담아 내어온다. 고기백반(1만원·사진2)으로 시키면 고기와 탕국물을 따로 준다. 파만 올린 담백하고 개운한 맑은 국물이 일품인데 리필도 해준다. 닭고기는 다리 하나와 고기를 푸짐하게 주며 맛과 식감 좋은 닭껍질도 함께 넣어 풍미를 더한다. 고기와 껍질을 부위별로 더 달라면 더 준다.

닭은 노계를 쓰는데 보통 3시간 안팎으로 잘 삶아서 쫄깃하나 질기지 않고 식감이 좋다. 양념장과도 잘 어울린다. 밥은 따로 나오며 반찬은 김치, 깍두기, 생마늘이 전부다. 가게 입구에서 할머니가 삶은 닭을 정성스럽게 찢어 쌓아 놓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에도 자리가 있지만 ‘혼밥’ 손님은 자연스레 합석하게 되어있다. 아침 7시부터 문 여는 부지런한 가게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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