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재초환 폐지 등 사업성 확보 병행돼야"
안전진단 건너뛰면 비용절감 효과
신규 주택 공급 속도 높이겠지만
재건축 추진단체 난립 우려 커져
공사비 상승 등 추가분담금이 더 문제
다음 달 정부가 준공 연한 30년을 채운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한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정비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초기 정비사업 소요 기간과 비용을 줄여 신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 속에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상 정비사업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사업성 확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정비사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도심 내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절차 합리화,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구체화한 방안을 내년 1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안정성’에서 ‘노후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발언의 일환이다. 정부는 현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재건축을 위해서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현장 조사), 1차 정밀안전진단(민간 기관), 2차 정밀안전진단(공공기관·지자체장 재량)을 통과해야 하며 이 기간이 통상 1년가량 걸리고 비용도 약 1억 5000만~2억 원이 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에서 30년 초과 아파트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다. 총 9만 488가구가 30년을 초과했으며 이는 노원구 전체 아파트의 55%에 달하는 수치다. 이 외에도 강남(5만 4177가구·39%), 송파(4만 2944가구·32%), 도봉(3만 5961가구·56%), 양천(3만 3714가구·36%) 순이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기준으로는 182만 6819가구 중 46만 3731가구(25%)가 30년을 초과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교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진단을 건너뛰면 초기 사업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도 “지금은 지자체에서 안전진단 비용을 융자해주지만 이전에는 필요한 자금이 모두 모일 때까지 사업 자체를 시작하지 못했다”며 “해당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경찬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팀장은 “올 초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대다수 재건축 단지들이 무리 없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정비계획 수립·통과 속도를 높이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안전진단을 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데 안전진단이 없어지면 재건축 추진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성 개선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초환이나 용적률 제한 등이 정비사업의 진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며 “이 밖에 정비계획 심의 시 교통·환경평가 통합 심의 등을 통해 인허가 절차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재건축에서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안전진단보다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원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던 상계주공5단지는 조합원들이 전용 84㎡의 경우 6억~7억 원대의 분담금을 내게 되자 시공사 선정을 해지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을 하는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사항이다. 정부가 올 초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도정법 개정안도 야당의 반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한편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신용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재개발 비용을 낮춰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나아가 노후도나 주민 동의 등 재개발 요건 완화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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