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 10대는 구속영장 기각, 20대 모방범은 구속

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임모(17) 씨의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됐다. 임모 씨 범행 이후 모방 범행을 벌인 설모(28) 씨는 구속됐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라고 쓴 낙서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임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비롯해 피의자의 심문 태도와 변호인의 변소(변론·소명) 내용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 임모군이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씨는 지난 16일 오전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인근 외벽 등 2곳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남겨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 손상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심사 30분여 분 전에 법원에 출석한 임 씨는 “범행을 수락한 이유가 무엇이냐”, “CCTV에 (모습이) 잡힐 줄 몰랐나”, “문화재인데 낙서 전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5시께 심사를 받고 나오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임 씨는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신원 미상의 A씨에게서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해당 낙서를 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당시 A 씨는 임 씨에게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했지만, 임 씨는 경비가 너무 삼엄해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임 씨의 자백과 은행계좌 거래내역, 텔레그램 기록 등을 토대로 A 씨를 추적 중이다.

한편 이 부장판사는 모방 범죄를 저지른 설 씨에 대해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에 2차로 스프레이 낙서한 20대 설모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임 씨 범행 하루 뒤인 17일 밤 설 씨는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낙서해,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당시 설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범행 하루만인 지난 18일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았다.

설 씨는 이날 법원에서 나오는 도중 취재진의 계속되는 질문에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