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실거주 폐지? 절대 안 돼”…무주택자 ‘족쇄’ 끝내 못 풀었다
업계 “분상제 당첨자 대부분 무주택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절대 반대”라며 “폐지한다면 그야말로 투기 수요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는 지난 2021년 투기 수요 방지를 위해 부과됐다.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이 1년 가까이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개정안을 적용받는 주택은 전국 66개 단지, 4만4000채에 이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임시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에 고금리나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건 맞기 때문에 당장에 투기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시쳇말로 방 안에 투기수요, 가스를 꽉 채우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야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분상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사람 대부분은 다주택자가 아닌 무주택자이기 때문이다.
특별공급은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고, 일반공급도 무주택 기간이 청약 당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상제 주택에 당첨되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간주하고 실거주 족쇄를 채우는건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전세 불안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세입자 구하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입주 시기에는 주변 전세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실거주 요건이 폐지되지 않으면 입주 시기엔 조합원 물량만 전세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어 효과가 반감된다.
특히 정부의 정책 신뢰성도 떨어지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올 초 실거주 의무 폐지 추진을 발표하면서 전매제한 기간도 단축시켰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서 전매제한이 완화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의 경우 지난 15일로 전매제한 1년이 지났지만, 실거주 의무로 인해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주요 단지는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 강동헤리티지자이, 올림픽파크포레온,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이 있다.
현재 국회엔 실거주 의무를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유경준 의원안)과 매매나 증여 등 양도 전까지만 거주의무 기간을 준수하도록 하는 법안(김정재 의원안) 등이 발의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만 거주 요건을 지키도록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실제 혜택 받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령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왜 자꾸 법을 바꾸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입주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선 시행령을 통한 예외조항을 만들면 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 중 2~3명 정도는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타협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다.
이번 혼선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법안 개정 사항임에도 야당의 동의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채 섣부르게 규제 완화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만약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정부의 발표만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는 오는 27일 주택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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