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2차 낙서' 20대 구속…'1차 낙서' 17세는 집으로

[theL] 법원 "소년 구속, 부득이한 경우…피의자 자백·반성 고려"(상보)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 담장에 새겨진 낙서를 레이저장비를 사용해 제거하고 있다. 2023.12.17./사진=뉴스1

경복궁 담벼락 낙서 복구현장 주변에 또 다른 낙서를 남겨 '2차 낙서범'으로 불린 20대 남성 설모씨가 22일 구속됐다. 먼저 낙서했다 체포된 '1차 낙서범' 17세 남성 정모씨는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설씨에 대해 "증거인멸이 염려된다"며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동시에 정씨에 대해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정씨에 대해 "죄질이 좋지 않고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하다"면서도 소년법 55조 1항을 인용하며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가 만 17세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비롯해 심문태도와 변호인의 변소를 감안할때 정씨를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16일 새벽 1시42분쯤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일대 담장에 페인트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웹사이트 주소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는다.

설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20분쯤 영추문 주변 담장에 페인트 스프레이로 가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낙서한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설씨가 임씨를 모방한 것으로 본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으로 용의자를 추적,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자택에서 임씨를 체포하고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씨는 지난 18일 자수, 이틀 뒤 임씨와 함께 경찰 수사 도중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임씨는 이날 오후 3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 2시간 뒤 심문을 마쳤다. 취재진이 출석 전후 "혐의를 인정하냐", "범행 제안을 수락한 이유가 뭐냐",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 못했냐"고 묻자 임씨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설씨는 오전 10시30분쯤 법정에 출석해 15분 만에 심문을 마치고 "범행 이유가 뭐냐", "임씨의 범행을 보고 모방했냐", "아직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각각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설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안 죄송하다. 예술을 한 것일 뿐"이라는 글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경복궁 담장을 페인트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 10대 남성 임모씨(왼쪽)과 임씨의 훼손 행위 다음날 2차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설모씨. 2023.12.22./사진=뉴스1

경찰은 임씨가 텔레그램에서 "일하면 300만원을 준다"는 광고를 통해 '이 팀장'에게 연락한 뒤 낙서를 사주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임씨가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착수금·택시비 1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낙서 당시 임씨와 동행한 인물로 지목된 10대 여성 김모씨는 임씨가 검거된 당일 수원시 소재 또 다른 주택에서 체포됐다 이날 오전 12시쯤 석방됐다. 경찰은 김씨가 낙서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사건 직후 국립고궁박물관·국립문화재연구원·궁능유적본부 전문가를 동원해 낙서 제거를 시도하다 지난 21일 "급격히 추워진 날씨 때문에 오는 25일까지 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