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10대 영장 기각…'2차 테러' 20대는 구속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나란히 영장심사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임모군(왼쪽)과 이를 모방해 2차로 훼손한 설모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각각 법정과 구치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 10대 남성이 구속을 면했다. 반면 이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은 구속됐다. 사실상 '나이'가 재판부의 결정을 가른 배경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임모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다"며 "비록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하나, 피의자는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하며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의 심문태도, 변호인의 변소 내용을 감안할 때 피의자에 대해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를 모방해 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 설모씨의 경우 구속됐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설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임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께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서울경찰청 외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영상 공유사이트 주소 등을 남겼다.

임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상자로부터 '낙서를 하면 수백만원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범행에 나섰다고 진술했다.

설씨는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설씨는 범행 하루 뒤인 1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팬심 때문이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며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