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엔 휴식이 약? 통증 무시하면 ‘뼈’ 아픈 후회
고령 여성 3명 중 2명 골다공증
골절에 취약…회복도 쉽지 않아
사고 후 힘 빠지면 119 불러야
통증 지속 땐 ‘미세골절’ 가능성
보행 재활 환자 ‘에어백’도 활용
낙상에서 보호…심리적 안정감
한파에 눈까지 내려 곳곳에 빙판길이 생기는 한겨울은 낙상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계절이다. 눈이 녹을 새 없이 인파의 발걸음에 다져져 미끄럽게 변한 보도를 비롯해 한낮에도 그늘이 지는 골목길이나 교외의 산책로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이 늘어난다. 건물·주택 내부라도 계단이나 물기가 있는 화장실·욕실 등에서 일어나는 낙상 사고가 적지 않다.
특히 노인들은 가뜩이나 약해진 근력에 추운 날씨로 몸의 근육과 관절이 위축되면 유연성이 더 떨어지니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때문에 약해진 뼈는 충격에 약할뿐더러 회복도 쉽지 않다. 김동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연령이 올라감에 따라 골다공증 환자 비율도 높아져 70세 이상 여성 중 3분의 2, 남성 중 5분의 1가량이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며 “뼈가 약하면 그만큼 골절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평소에 골다공증 검사로 관리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낙상 위험을 높이는 신체 내부적인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높아지는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질환은 혈압이나 혈당 조절이 안 되어 갑작스러운 쇼크 상황이 올 때 낙상 위험을 높인다.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요인 중에는 시력을 떨어뜨리는 눈의 질환도 있다. 시력이 떨어지면 어두운 거리를 걷다가 발밑의 위험을 재빨리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또 밤중에 자다 깨서 움직일 때도 낙상 위험성이 커진다.
낙상으로 손상을 입는 부위는 연령대마다 다소 차이를 보인다. 50~60대는 손목과 발목 골절이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척추와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급증한다. 고령자는 낙상 때문에 골절이 발생하면 주변 근골격계 부위도 함께 손상될 때가 많다. 뼈뿐만 아니라 관절과 인대 등이 같이 손상되면 치료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낙상 직후에 스스로 몸을 일으키거나 움직이면 이차적인 부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만약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을 때만 천천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의식을 잃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동환 교수는 “낙상 이후 1~2일 정도 충분히 쉬었는데도 통증이 지속한다면 미세 골절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낙상을 입어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때 환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뇌 손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근골격계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 촬영과 함께 뼈 스캔 검사,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골다공증 검사 등을 거쳐 치료 계획을 세운다. 때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경우도 있는데 이때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이라면 전신마취를 할 때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도 낙상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뇌졸중·척수 손상과 같은 신경계 손상, 내·외과적 치료, 골절 등의 이유로 장기간 병상에서 생활하던 환자들이 다시 걸음을 연습하는 보행 재활을 시작할 때 낙상 위험이 크다. 이때 낙상을 입으면 기존의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보행 재활을 시작하는 장기 입원 환자들의 낙상 예방을 위해 ‘낙상 충격 완화 고관절 보호용 에어백’을 시범적으로 착용시키는 병원도 있다. 에어백은 허리에 착용하는데 착용자의 낙상이 예측되면 0.2초 안에 펼쳐져 고관절과 척추를 보호한다. 이 에어백을 국내에서 처음 시범 사용 중인 충남대병원은 환자들의 만족도와 효용성을 평가한 뒤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창원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에어백 사용은 낙상 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인 중에는 낙상을 입어 통증이 있는데도 주변에 걱정을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숨기는 사례가 많다. 낙상 사고가 두려워 겨울철에는 바깥 활동을 크게 줄이는 노인들도 있다. 통증을 무시하고 누워서 저절로 낫기만을 기다리다가는 치료의 시기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고령의 낙상 환자를 돌보고 있다면 손상을 입은 정도에 상관없이 환자의 행동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낙상을 피하려면 위험 요인을 미리 확인해 대비하는 것이 좋다. 또 활동량은 평소대로 유지해 근육·관절의 기능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욕실의 물기를 수시로 제거하고 미끄러짐 방지 장치를 하는 등 주변 생활 범위에 있는 낙상 위험인자들을 찾아내 관리해야 한다.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겨울철에 운동을 할 때는 계단이나 등산로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경로는 되도록 피하고 평지를 걷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빨리 걷기보다는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며 걸어야 한다. 실내운동을 할 때도 근골격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자세는 피하고, 가슴과 등을 펴는 운동을 수시로 하면 효과가 좋다. 김동환 교수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낙상 사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만히 집에만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면 관절 상태가 나빠져 낙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조금씩 자주 움직이는 활동을 해야 근육과 뼈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낙상 예방 습관
1. 꼼꼼한 기저질환 관리
특히 골다공증이 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장기간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2. 생활 속 낙상 위험인자 점검
주변에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이나 물건 등을 미리 확인하고 조정한다.
3. 운동은 조금씩 수시로
운동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조금씩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4. 가슴과 등을 펴는 스트레칭
바닥에 앉거나 양반다리를 하는 등 근골격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자세는 피하고 가슴과 등을 펴는 운동을 수시로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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