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처음 칼럼 연재를 제안받은 게 2017년 봄이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고 대학에서 나온 이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쓰기까지, 경향신문의 독자들이 늘 곁에 함께했다. 7년, 한 시절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기간이다. 나의 글을 읽어준 당신들 덕분에 나는 행복했고, 고마웠고, 늘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대학 시간강의와 맥도날드 물류 상하차 일을 하면서, 120만원이 아내와 나와 아이의 한 달 생활비가 된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작년에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엔 더욱 그렇다. 학교나 도서관이나 독서모임에서, 기업이나 기관들에서 강의를 요청해 온다. 고마운 마음에 갈 수 있으면 어디든 간다. 나의 책을 읽었거나 읽을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그저 감사하다.
살며 남들만큼 돈을 벌어본 일이 없다. 강의를 하고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면 사이버머니처럼도 보인다. 이전에 대학에서 한 달 동안 강의하고 벌었던 돈을 한 시간만에 받기도 한다. 나의 기준이야 많이 낮은 편이라 누군가가 보면 푼돈이라고도 하겠으나, 나에겐 이런 자릿수의 돈이 들어온 경험이 없다. 벌어본 일이 없으니 어떻게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야 한다고도 하는데 이 돈을 그런 데 쓰면 안 될 듯하다.
사실 이 돈은 내가 번 게 아니다.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 경향신문 지면을 빌려 소개한 그 일에 함께했던 모두 덕분이다. 갈 수 없게 된 비행기 티켓을 이름이 같은 청년 93년생 김민섭씨에게 양도하기로 했고, 그에게 숙박비, 교통비, 통신비 등을 대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가 졸업전시 비용이 부족해 휴학하고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사람이 모여 그의 졸업 비용까지 후원해 준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청년의 손을 잡아준 모든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나의 잘됨이 누군가에게 나만의 잘됨으로 비추어지면 안 된다. 그건 모두에게 미안한 일이고 내가 원하는 일도 아니다. 누군가의 잘됨은 모두가 조금 더 잘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잘되어야 한다고,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아가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얼마 전 어느 중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저도 해외여행을 가 보고 싶은데 보내 주시면 안 되나요?”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얼마 전 나의 마음을 정했다. 해외여행을 가 보고 싶지만 형편이나 사정이 안 되어 못 가는 청소년들이 많을 텐데, 그래, 그들을 여행 보내주자. 내가 버는 돈의 일부를 그들을 위해 쓰자. 그들은 즐겁게 놀다 오면 되는 것이고 그중 몇명은 나중에 누군가에게 자신이 받은 응원을 돌려 주겠지. 93년생 김민섭씨가 나에게 “언젠가 2003년에 태어난 김민섭씨는 제가 꼭 찾을게요.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여행을 보내 줄게요”라고 한 것처럼.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이름을 가진 비영리법인을 만들고 있다. 2024년 봄엔 설립이 될 듯하다. 당신도 주변에 잘되길 바라는 청소년이 한둘쯤 있을 듯하다. 그들에게 이 법인을 알려주는 것으로, 당신도 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 주면 좋겠다.
이 글은 내가 경향신문에 보내는 마지막 글이다. 7년 동안 경향신문을 읽는 당신과 함께해 행복했다. 당신의 잘됨을 바라며, 나는 내년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자 한다.
얼마 전 강릉으로 이주해 ‘당신의 강릉’이라는 작은 서점을 열었다. 언젠가 놀러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프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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