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든 앱이든…‘기쁨’ 느낄 수 있다면[책과 책 사이]
20~3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확한 기점은 모르겠지만) 서울의 서점 양대산맥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였다. 취향에 따라 ‘교보파’ ‘영풍파’로 양분됐다. 더 오래전 종로서적이 있었고, 2000년에 서울문고가 코엑스점을 리모델링하면서 ‘반디앤루니스’라는 ‘신상 서점’도 인기를 누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서점이 밀리기 시작했고,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알라딘 등이 강자로 등장했다. 인터넷 서점들이 굿즈를 팔면서 “인터넷 서점 앱 뭐 쓰세요?”라는 물음은 취향을 묻는 말이 되기도 했다.
지난주 출판사 문학동네 30주년 행사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10~20대 사이에선 ‘어떤 서점 앱을 쓰느냐’는 질문이 무색하다고 한다. 책을 잘 구매하지도 않지만 사더라도 포털 사이트 아니면 쇼핑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전자책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서점 앱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여러 이름을, 요즘 세대는 떠올리지 않는다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최근 출간된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수선화 꽃망울이 벌어졌네>(푸른사상)에는 그의 헌책방 순례기가 나온다. 그는 수십년 전 비가 내리는 날에도 헌책방을 찾았다. 책방 주인은 정지용 시집 <백록담> 초판본을 보여준다. 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던 주인은 궂은 날에도 책방을 찾은 손님이라는 이유로 ‘귀한’ 정지용 시집을 내어준다. “너무도 기뻐서 가방 속에 책을 챙겨 넣은 후 빗속을 달렸다”는 문장에서는 ‘문학청년’의 두근거림이 전해진다. 사실 책과 독자가 만나기만 한다면 온·오프라인 서점이나 헌책방이나, 포털 사이트든 쇼핑 앱이든 전자책이든 무슨 상관이랴. 좋아하는 책을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야.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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