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움직이자 당황해 액셀"…유족 "솜바지 입어 마지막 인사"

이승환 기자 2023. 12. 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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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버스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덮쳤습니다. 길을 건너려던 70대 여성이 버스에 깔려 숨졌고, 모두 17명이 다쳤는데 그중 두 명은 중상입니다.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데요. 버스 기사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았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사고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이승환 기자, 지금 거기가 사고 현장이군요. 어쩌다 이런 사고가 난 겁니까?

[이승환 기자]

제 뒤로 부서진 버스 노선 안내판이 보이실 겁니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어서 이렇게 천으로 묶어 놓은 건데요.

버스는 제가 서 있는 이곳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뒤 출발했습니다.

이 안내판을 들이받았고요.

그런 뒤 3m 정도 앞 저 신호등까지 부딪힌 뒤에야 멈춰섰습니다.

70대 여성 한 명이 숨졌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버스는 4시간쯤 전에 견인했고 지금은 주변 청소도 마쳤습니다.

사고 직후 제가 도착했을 때는 버스가 인도 한복판을 가로막고 있었고요.

바닥은 부서진 잔해와 다친 시민들 핏자국이 뒤섞여있었습니다.

주변 목격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목격자들 얘기도 들어봤습니까?

[기자]

저희가 만난 목격자들은 모두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

대낮인데다 사고가 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습니다.

한 시민은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보행로에 올라탄 버스가 부서져 있었다. 현실이 아닌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사고 뒤 승객들이 급히 버스에서 내렸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고도 했습니다.

버스에 치인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쓰러져 있었고 비명과 신음이 가득했습니다.

119에 신고한 목격자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정희/목격자 :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서, 철골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나서 건넜다가 다시 여기로 왔고요. 사람 한 분이 깔려 계셨어요.]

[앵커]

사고가 난 곳이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고요?

[기자]

네, 이곳 환승센터는 수원역 2층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옆에 있는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기차역과 지하철역, 대형 쇼핑몰로 갈 수 있는데요.

그만큼 온종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 내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어떻게 이 지점에서 사고가 난 건지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경찰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지금 조사 중인데 버스 기사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은 걸로 전해집니다.

승객이 현금을 냈는데 거스름돈이 안 나와 자리에서 일어서서 확인하다 이렇게 됐다고 진술했다는데 계속해서 정인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인아 기자]

정류장에서 서서히 출발한 버스는 멈추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도로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무심히 전진했습니다.

인도를 밟고 올라선 뒤에는 오히려 속도가 높아졌습니다.

대낮인 데다 속도 나기 힘든 곳에서 큰 사고가 나자 급발진이 아니냐는 분석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버스 후미등을 보면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이 버스, 제동 장치와 엔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며칠째 강추위에 도로가 얼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아니었습니다.

[김영우/수원 서부경찰서 경비교통과 : 빙판길이 있거나 이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50대 버스 기사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고 특별한 지병도 없었습니다.

다만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승객이 현금을 냈는데 거스름돈이 안 나와 확인하느라 자리에서 몸을 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버스가 움직이자 급히 운전석에 앉아 제어하려 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 : 차가 움직이니까 그 차를 정지시키려고 앉아서 브레이크 밟으려고 하다가 그게 당황해서 액셀 페달을 밟았다.]

실수는 잠깐이었지만 피해는 너무 컸습니다.

[앵커]

오늘(22일) 사고로 70대 여성 한 명이 숨졌습니다. 병원 간다고 집을 나섰던 아내를 별안간 영영 잃게 된 남편은 "추우니 따뜻한 솜바지 입어야겠다"고 말한 게 마지막 대화가 됐다며 아내가 입고 있던 흙 묻은 솜 바지를 꼭 쥐었습니다.

윤정주 기자입니다.

[윤정주 기자]

버스에 부딪힌 70대 여성은 구조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피부 질환 때문에 병원 가던 길이었습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유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고인의 남편은 "아내가 집을 나서면서 '추우니 솜 든 바지를 입어야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대화가 됐다"고 했습니다.

고인이 입고 있던 흙 묻은 바지와 신발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상의도 없이 이것만 받아왔다"고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들은 넋이 나간 채 울었습니다.

유족들은 "사고가 날 곳이 아닌데 왜 사고가 난지 모르겠다"고 반복해서 얘기했습니다.

사고 원인이 밝혀져도 상처가 아물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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