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모임, 불쾌한 농담…나는 기꺼이 ‘산통 깨는 사람’이 될 거야[책과 삶]
페미니스트 킬조이
사라 아메드 지음 | 김다봄 옮김
아르테 | 420쪽 | 3만2000원
즐거운 식사 자리, 누군가 불쾌한 농담을 한다. 성차별적인 이 발언을 지적할까 말까. 지적하는 순간 ‘산통 깨는 인간’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식사 자리를 망친 인간’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순간을 맞게 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이런 순간에 ‘기꺼이 성가신 존재’가 되어 ‘즐거움을 죽이라’(킬조이)고 역설하는 책이다. “만약 페미니즘이 불행을 초래한다면, 그건 그럴 만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페미니스트 철학자 겸 실천적 활동가 사라 아메드는 불공정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이 ‘킬조이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 같은 생각은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아메드는 2004년부터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인종·문화 교수로 지냈지만 현재는 독립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임의 계기는 2016년 학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었다. 아메드는 사건을 축소하려는 학교 당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직서를 내고 이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했다. 이 일로 아메드는 페미니스트인 동료 교수들로부터 “경솔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침묵하지 않는 행동은 그를 ‘킬조이’로 만들었다.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에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실천적이고도 실용적인 조언이 담겼다. 저자가 오랜 시간 고민한 ‘즐거움을 죽이는 기술’을 킬조이 지침과 진실, 격언, 다짐, 등식 등으로 구분해 모았다. 그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만으로도 킬조이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임이 많은 연말이다. 실천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도 없다. 참석하는 송년회 자리에서 기꺼이 킬조이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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