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년 4개월만에 고위급 軍소통 복원
미국과 중국이 1년 4개월 만에 군 고위급 소통 채널을 복원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고위급 군사 회담이 재개된 것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곳곳에서 갈등을 빚어 온 양국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채널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21일(현지 시각)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과 류전리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화상 회담을 갖고 글로벌·지역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대미 군사 소통 채널을 단절한 뒤 이뤄진 최고위급 소통이다.
미 합참은 “이번 화상 회담에서 브라운 의장은 양측이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오판을 피하며, 열린 직접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통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브라운 의장은 미·중 국방정책조정회담 개최,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개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 및 남부전구 사령관 간 통신선 개설 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은 또 “브라운 의장은 전 세계의 국방장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건설적인 대화에도 열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측은 소통 채널 복원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양안 갈등과 남중국해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음도 드러냈다.
중국도 이날 양측의 회담 사실을 공개하면서 류 참모장이 미국에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입장을 부각했다. 중국 국방부는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양군 관계 발전의 핵심은 미국이 올바른 중국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명확히 존중해야 하고, 실용적인 협력을 촉진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참모장은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고,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확실하게 존중하고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 타협할 여지가 없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지난 10월 해임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후임자가 정해지면 국방장관 간 소통 채널도 재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참모장이 유력한 차기 국방부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끊겼던 미·중 군사 대화가 재개됐을 뿐 단기간 내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긴장, 양국 무역·기술 갈등 등 미·중 간에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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