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토부 공문은 지자체 압력"…직접 증인신문(종합)
전 국토부 직원 "권위로 보기 어려워"
檢 "허위사실공표, 미필인식으로 성립"
李 "발언 관련없이 국감은 국감일 뿐"
[서울=뉴시스] 한재혁 김진아 박현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전 국토부 직원을 상대로 "국토부의 공문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직접 신문에 나섰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질문 직후 즉시 반발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된 이 대표의 공판을 열고 공공기관의 부지매각 업무를 담당했던 전 국토교통부 직원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후반부에 발언권을 얻고 A씨에게 "국토부나 중앙정부 부처에서 기초 지자체에 전화로 협조 요청을 하거나 또는 문서로 협조 요청을 하면 상급 단체의 권위가 실려 있는 건가"라며 직접 신문에 나섰다.
2013년 당시 국토부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매각과 관련해 성남시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를 수회 열었는데, 회의 소집을 위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 성남시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A씨는 해당 질문에 "지자체에 공문을 보낼 시 어떤 내용으로 보낼지 (사전에) 얘기를 하고 보낸다"며 "상급단체의 권위가 실려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A씨의 답변 직후 "성남시 공무원의 입장이나 의견을 왜 증인에게 질문하냐"며 즉각 항의했다.
재판부 역시 증인에게 "대답하기 곤란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A씨는 "곤란할 것은 없으나 압박(을 느꼈는지) 여부를 알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국토부에서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반복해서 공문을 보내는 건 단순한 협조를 넘어서서 압력이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는 건 맞지 않나"고 재차 물었다.
A씨는 이에 "일반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려면 공문을 보내야 한다"며 "메일이나 전화로 회의를 하자고 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공판에선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국정감사 발언을 두고 이 대표 측과 검찰이 법정 내 또다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기일과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발언은 면책 대상이라는 주장을 펼친 반면, 검찰은 발언 당시 대선에 미칠 영향이 뚜렷했던 만큼 이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발언이 이뤄진 맥락을 살펴 대선과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20대 대선 후보자가 아닌 피감기관장의 지위에서 발언을 했고, 국감의 경우 대선과 무관한 공직선거법상 당선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죄는 당선이 된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국면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나 의혹을 해소할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발언자인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가 아닌 대선후보로서 발언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어 "백현동 의혹이 제기된 계기 등을 살피면 국감 발언과 20대 대선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며 "특히나 의혹이 본격화하던 시기는 민주당 경선이 치열하게 치워지던 때로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고인이 경기도 사무와 무관한 부분을 상세히 발언한 것은 대선후보로 선출된 상황에서 악영향을 끼치는 의혹을 부인하고 책임을 전가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국감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해도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형사 처벌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면책 주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 측이 언급한 법률 제9조 3항은 "국회에서의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은 해당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것 외에 증언·감정·진술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 측 요지는 피감기관인 경기지사로서 발언은 형식적이라는 것인데, 결국 국감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주장으로 들린다"며 "국감장 발언이 정치화되고 있고 대선 무렵 관련 이슈가 얘기가 됐더라도 국감은 국감일뿐"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신청에 자신의 측근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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