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수도 한복판 대학서 총기난사…13명 사망

총격범, 카렐대 학생으로 밝혀져
SNS에 “범행 후 죽고싶다” 글
부친·2개월 영아 등 살해 의심

경찰 “테러와 무관…범인 사망”
사건 발생 전 정보 파악하고도
학교 건물 잘못 특정, 못 막아

프라하 명소 카를교 인근서 발생 체코 수도 프라하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구시가지 중심부인 얀 팔라흐 광장 인근에 위치한 카렐대학의 한 건물 난간에서 이 대학 구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체코 수도 프라하 중심가 카렐대학에서 이 대학 재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2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프라하의 대표적 명소인 카를교 인근 얀 팔라흐 광장에 위치한 카렐대학 철학부 건물에서 이날 오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마르틴 본드라체크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며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본드라체크 경찰청장은 “총격범이 사망했다”면서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망한 것인지 현재까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총격범은 이 대학에 재학 중인 24세 남성으로,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단체와는 무관한 단독 범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트 라쿠산 내무장관도 “조사 당국은 (이번 범행이)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1348년 설립된 카렐대는 중부 유럽의 가장 유서 깊은 대학으로, 재학생이 4만9500명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이날 프라하 외곽의 고향 마을을 떠나 프라하 시내로 향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고향에서 55세인 그의 아버지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총격범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매체들은 총격범이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학교 총기 난사 후 자살하고 싶다”며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언젠가 나는 미치광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사건 전 총격범이 카렐대의 한 강의에 참석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해 해당 건물에 있던 이들을 대피시켰으나, 정작 총격은 다른 건물에서 발생했다. 아울러 자택 수색 결과 총격범이 지난 15일 프라하 외곽에서 한 남성과 그의 생후 2개월 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페트르 파벨 대통령은 “체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 유족과 친지들에게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체코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 비교적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편이다. 경찰은 총격범이 총기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날도 그가 여러 자루의 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