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내로남불] 부동산 시장 어떻든 투기꾼이 필요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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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투기수요를 인정하는 조치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투기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실거주의무제 폐지를 계속 반대하자, 그 사이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한다고 한 말을 믿고 움직였던 '실수요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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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후 집값 하락세인데도…민주당, 실거주의무폐지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투기수요를 인정하는 조치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요청했으나 통과되지 않고 있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현행 실거주 의무 제도는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던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가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리는 현상을 억제하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현행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동안 실제 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책정된 새 아파트를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당시 집값은 문재인 정부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폭등세를 완화할 수 있다면 여야를 떠나 뭐든 해야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많은 의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생각한 해법을 밀어붙이기가 어렵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성난 민심을 '투기꾼' 탓으로 돌렸고, 투기꾼을 잡겠다는 명분아래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규제법안을 속속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집값은 계속 폭등해 정권 말기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아래 통과됐던 각종 규제법안을 풀고도 집값을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집값은 역전세 문제가 대두됐을 정도로 하락했고, 지금도 '부동산 시장 하락세'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상승세가 좀처럼 오지 않자 시장 상황을 '부동산 거래 침체'로 보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에 투기꾼 잡기에 주력하기보다는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는 말도 많다.
문재인 정부가 들었던 논리대로라면 현재 부동산 시장은 풀린 규제로 인해 이미 투기꾼이 활개를 치고 있어야 하거나 가격이 계속 하락한 지금을 저점매수의 기회로 보고 시장에 풀린 매물을 거둬들일 적기로 봐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투기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실거주의무제 폐지를 계속 반대하자, 그 사이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한다고 한 말을 믿고 움직였던 '실수요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실거주하고 싶지만 돈이 모자라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른 뒤 나중에 입주하려 했던 실수요자들, 실거주를 늦춰도 될 것으로 판단해 현재 사는 집의 전세계약을 연장한 실수요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실거주 의무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투기꾼을 염두에 둔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투기꾼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한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시점에 투기꾼을 때리겠다며 정책을 펴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허수아비를 때리며 흘려보낸 아까운 시간 후에 실수요자들의 곡소리가 울린다면 이 또한 정치권의 무능일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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