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질문했던 노컷뉴스 기자 "국민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 정치인 하수인쯤으로 생각"

박서연 기자 2023. 12. 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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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기자 질문에 '민주당이 시켰냐' 물어
질문한 기자 "한 전 장관이 곤란함 느낄지 여부 기자들의 관심 사안 아냐"
TV조선 기자도 "거친 표현들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 적지 않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 군데에다가 공개적으로”라고 답했다. 이에 질문을 한 당사자인 CBS노컷뉴스 기자는 “국민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인을 정치인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발상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TV조선 '뉴스9' 대담. 사진=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22일 CBS노컷뉴스 기자는 <[뒤끝작렬] '질문사주'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니까 물은 겁니다> 기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고가의 선물을 받은 영상의 취재 방식과는 별개로 “국민은 궁금하다. 김건희 여사가 선물을 왜 받았는지, 어떻게 처리했는지, 대가성이 있는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지 등 밝혀져야 할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CBS노컷뉴스 기자는 “그래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서 물었다. 질문을 했던 지난 19일 그는 장관 신분이었다”고 했다.

지난 19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CBS노컷뉴스 기자는 “지난번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 언론에서 잘 안 나와서”라고 질문하자, 한 장관은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그때도 물어보셨죠?”라고 답했다.

▲22일 CBS노컷뉴스 기사.

당시 CBS노컷뉴스 기자가 “(과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지금 입장은 어떠세요”라고 다시 한번 묻자, 한 장관은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 군데에다가 공개적으로”라고 맞받았다.

이어 CBS노컷뉴스 기자가 “그런 거 아닌데요”라고 말하자, 한 장관은 다시 한번 “그런데 저는, 이걸 물어보면 제가 왜 곤란할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민주당이야말로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 옹호하는데 바쁘니까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중략)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을 제가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잖아요. 그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가요? 그러면 우리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질문을 한 기자는 언론을 대하는 한 장관의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했다. CBS노컷뉴스 기자는 “'민주당이 여러 군데에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런다'라는 답변은 민주당의 '질문 사주'에 따라 기자들이 질문하고 있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며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언론을 정치인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발상에 가깝다. 한 전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그 스스로가 평소 '고발 사주'와 같은 공작 수사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기자들도 '질문 사주'를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온통 세상이 '정언 유착', '검언 유착' 등 카르텔로 뒤범벅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기자는 “또 기자의 질의가 본인을 곤란하게 하는, 골탕먹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큰 오해다. 한 전 장관이 곤란함을 느낄지 여부는 기자들의 관심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국회 예결위에 참석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 사진=채널A 현장영상 갈무리

다음 날인 지난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한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기자가 “오늘은 말씀을 아끼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기자가 또 “특검법 총선 이후에는 받으실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어제 제가 말씀 드린 거에서 특별하게 해석의 여지 있는 건 없어보인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모든 길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한 건 사실상 비대위원장 수락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올라갈게요”라고만 말했다.

▲지난 20일 국회 예결위에 참석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 사진=채널A 현장영상 갈무리

CBS노컷뉴스 기자는 “다음 날인 20일 국회를 찾은 한 전 장관은 이번엔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았다. 그는 '제가 독해졌다. 처음에는 막 부담돼서 얘기해 드렸는데, 이제는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며 “지금까지는 기다리는 기자들이 부담되고 미안해서 질문에 답해줬는데, 이제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자에게 질의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이 큰 수혜라도 베푸는 것인 양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TV조선 기자도 지난 21일 '뉴스9' <'한동훈 비대위' 과제는?...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 관건> 제목의 대담에서 “그제(19일) 국회 상임위에서 거취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하는가 하면,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겐 '민주당이 시켰냐'고 되묻기도 했죠. 하지만 여당을 대표하게 될 비대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뀌면 이같은 거친 표현들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했다.

[관련 기사 : TV조선 기자 “한동훈, 기자에 '민주당이 시켰냐'? 거친 표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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