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처럼 뇌혈관 피어오르는' 모야모야병 방치하다간…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속의 특정 혈관(내경 동맥 끝 부분)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불충분한 혈류를 보완하기 위해 바깥목 동맥으로부터 대체 혈관이 발달하는데 이들 혈관은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랗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가느다란 뇌 속 혈관들의 모습이 연기처럼 보여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일본 스즈키 교수가 명명)란 이름이 붙여졌다.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에서 10만 명당 1.7~2.3명에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가족력을 동반할 때가 많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1.8배 많이 발생한다.
◇원인 불명확…10~15%는 가족력
모야모야병이라는 병명은 정상 혈관이 좁아지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공급하기 위해 생긴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9년 일본 스즈키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もやもや)’에서 착안해 이름 붙였다.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주 생기고 서양에서는 드물게 발생한다. 여성에게서 1.8배 더 많이 발생하고, 10세 전후 어린이와 40~50대 성인에게서 상대적으로 흔히 나타난다.
어린이 모야모야병은 빨리 진행하고, 어른 모야모야병은 다소 천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유전적인 원인 때문으로 알려졌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국내 어린이 뇌졸중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성인의 경우 뇌출혈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주증상은 △두통과 마비 △감각 기능 저하나 언어장애 △시각장애 △경련 △의식 저하 △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하다.
어린이의 경우 뜨거운 국물이나 음식을 먹을 때 날숨을 몰아 쉬거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인다면 이를 의심해봐야 한다. 또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거나 겨울철이나 사우나 등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될 때 뇌 혈류량이 바뀌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모야모야병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크고 재발률도 높다. 특히 성인의 경우 23%는 뇌출혈로, 33%는 뇌 허혈 증상으로 발현된다.
모야모야병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장동규 교수는 “10~15%의 환자는 가족력이 있고, 특히 어머니 쪽으로 가족력이 있을 때가 많다”며 “다만 한 개 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방치하면 뇌졸중 위험 높아
모야모야병 확진과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모야모야병은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Brain MRA)이나 뇌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Brain CTA), 카테터뇌혈관조영술로 진단한다.
머리 속 양측 내경 동맥 말단 부위 등이 폐쇄되면서 모야모야 혈관이 자라나게 되는 특징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고, 뇌 혈류 역학적 검사(SPECT)로 뇌 혈류의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한 뒤 치료 방침을 정한다.
치료는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구분한다. 허혈성 모야모야병이라면 급성기에 뇌경색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제(항혈전제)를 처방한다. 최근 이러한 항혈소판제제 처방이 모야모야병 환자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뇌출혈이 있다면 항혈전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결국 항혈소판제제를 사용해도 뇌출혈을 예방하기 어렵고, 아직까지 약물 치료로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수술적 치료로는 머리 속 뇌혈관 폐쇄·협착에 따른 불안정을 없애기 위해 뇌 바깥 부분 혈관을 뇌혈관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주는 수술인 혈관 우회로 수술이 대표적이다. 또 머리 속 동맥류(動脈瘤)나 가성 동맥류는 색전술 치료가 시행된다.
일본에서 2014년 발표된 출혈성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뇌혈관 우회로 수술에 따른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의 임상 시험 결과, 사망률과 뇌출혈 재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뇌혈관 우회로 수술이 뇌출혈 발생을 줄이고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어린이 환자는 대부분 뇌혈관 우회로 수술을 시행한다. 반면 어른 환자는 허혈성 모야모야병이라면 약물 치료와 함께 수술적 치료를 많이 시행하고, 출혈성 모야모야병도 최근 수술적 치료가 늘고 있다.
증상이 없을 땐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할 때가 많지만, 혈류 저하가 있거나 뇌출혈 위험이 높으면 예방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장동규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뇌졸중 발생 빈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고 뇌출혈이 생기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게 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고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예방적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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