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 우리 같은 편 아니었어?”…동맹국 기업 정조준한 美, 무슨 일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2.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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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제철-美기업 인수합병 볼멘소리에
백악관 “안보 차원서 검토하겠다”
바이든 러스트벨트 표밭 의식한 듯
의회·노조 반발에 주총까지 난항 우려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제철소 [AP =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일본제철의 미 철강기업 US스틸 인수합병에 대한 국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최종 승인 전 거래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긴밀한 동맹국 기업의 인수일지라도 외국 기업이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매수하는 게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 측면에서 면밀한 조사를 받을 자격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토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US스틸과 일본제철은 CFIUS에 심의를 자발적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CFIUS는 45일 이내에 거래 검토를 완료해야 한다. 이후 45일간의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이번 거래는 의회가 권한을 부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한 범정부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신중하게 조사하도록 설정된 거래로 보인다”라며 “행정부는 조사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경우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맥국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g) 전략을 추진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경합주에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합병 결정 직후 펜실베이니아주와 오하이오주 등 과거 철강산업이 부흥했으나 외국과 경쟁에 밀려 쇠락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정치인들은 매각에 반대하며 CFIUS가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일본제철 [AFP = 연합뉴스]
US스틸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생산 기지가 집중돼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자리 잡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20년의 대선에서 경합주 7곳 중 하나였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SNS 성명에서 “터무니없는 인수합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터먼 의원은 다른 3명의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의원들과 공동명의로 일본제철에 서한을 보내 인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미국 철강 노동자들이 남게 될 것인지, 회사의 노조 계약을 어떻게 준수할 계획인지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하원의원(오하이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CFIUS의 신속한 검토를 촉구했다.

공화당의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등 세 명은 CFIUS 위원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US스틸이 생산한 철강이 미 군사장비 생산에 필요하기 때문에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합병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밴스 의원은 “미국 방위산업 기반의 중요한 부분을 외국인에게 현금으로 경매에 부쳐졌다”고 비판했다

US스틸 경영진이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거래에 반발하고 있는 미 철강노조(USW)도 백악관의 성명을 환영했다.

데이비드 맥콜 USW 국제위원장은 성명에서 “노조는 이번 합의가 국내 철강 생산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포함해 오늘 백악관이 성명에서 표명한 많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들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이 2차 세계대전 때 ’민주주의의 무기고‘의 필수 부분이었고, 여전히 우리 국가안보에 중요한 국내 철강 생산의 핵심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철강기업을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불공정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 관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USW는 이런 모든 노력의 선두에 있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USW 조합원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명문 기업 인수에 대해 미 의회 여야 의원들과 USW도 반발하고 있어 인수 절차가 난항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 백악관의 인수합병 검토 방침에 대해 신중히 대응했다.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22일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개별 기업의 안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다”면서 “미일 동맹은 전례 없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제철이 절차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은 미 정부의 인수 조사 방침에 대해 “CFIUS 절차를 존중하며, 철저하고 성공적인 검토를 위해 당사자들과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전날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인수 목표는 경제안보”라며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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