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혁신·탈아바타·비윤 포용…위기의 여당 ‘리셋’ 시험
비대위원 인선 후 29일 출범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첫 열흘 안에 운명이 결정된다”(지도부 소속 의원)는 의견이 22일 나왔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취임 초 언행이 중요하다는 충고가 이어졌다. 충고 내용은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난 혁신,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 탈피, 비윤석열(비윤)계 포용으로 요약된다.
한동훈 비대위는 오는 26일 당 전국위원회 의결 후 29일 비대위 구성을 마칠 것을 목표로 한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통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후 신당 창당 추진으로 당이 소용돌이칠 시점이다. 비대위 초반에 이런 난제를 극복하고 비상대책위원 인선에서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불리한 총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을 보여줄 첫 관문은 비대위원 인선이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 최대 12명을 지명할 수 있다. 한 전 장관은 전날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남 기반의 우리 당을 수도권 정당, 청년정당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586 정당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 비대위원 전원을 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지도부에 더 이상의 검찰·경찰 출신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초반 메시지도 중요하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는 지난달 대전에서의 공언을 입증해야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인요한 혁신위의 키워드인 ‘희생’을 적극 이어가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본인부터 지역구·비례대표 모두 불출마한다고 선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의 공격적인 언사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 전 장관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법사위에서 답변할 때야 질문하는 야당 의원들이 문제가 많아서 넘어갔지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은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의 김 여사 명품백 의혹 질문에 “민주당이 저한테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니던데”라고 질문 의도를 공격했고, 20일 거취를 묻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당정·대야 관계 재정립 우선
검·경 탈피 실력파 인선 필요
이준석 탈당 대응 ‘통합’ 변수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상견례 등을 통해 드러나는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검찰당’ 이미지가 강해지니 공격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야당과 싸우는 것보다 민생 문제에 한동훈의 똑똑함을 쓴다면 중도층 확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로는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 벗기가 꼽힌다.
한 비윤계 인사는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부부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다”며 “임기를 3년이나 남긴 대통령을 두고, 한 전 장관이 노태우의 6·29선언 같은 것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에도 김 여사 특검법을 “민주당이 선전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비대위원장이 되어도 윤 대통령 부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을 낳았다.
당내에선 김 여사 특검법 통과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정해진 수순이더라도 여론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 전 최고위원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주문하면서 대통령의 친인척 리스크를 문제없도록 관리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문제 이런 것을 싸잡아서 내년 선거 끝나고 국민이 좀 평안한 상태에서 특검답게 하자고 하자”고 했다. 특검법 내용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역공성 제안으로 여론을 흔들자는 것이다.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 탈당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다소 엇갈린 조언이 나왔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선 한 전 장관이 잘하면 되니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한동훈이 뜨면 이준석 신당 동력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든다. 우리 당이 젊고 뛰어난 사람들로 바뀌는데 왜 이준석에게 가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홍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이 첫 번째 할 일이 당을 봉합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만나 ‘윤 대통령 5년을 우리가 같이 만들었잖냐’ 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더라도 비윤계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설득해 수도권 선거의 중요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속 조미덥·조문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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