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폴란드 낙태 금지, 정권 교체에 결정적 영향"

최윤영 인턴 기자 2023. 12.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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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폴란드內 낙태 규제 영향 분석
저출산 대책임에도외려 저출산 가속화
임신·출산에 대한 '근본적 이해' 부재의 결과


[바르샤바=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폴란드의 정권 교체에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강경한 낙태 금지법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신임 총리 도날드 투스크. 2023.12.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윤영 인턴 기자 = 폴란드 정권 교체에 강경한 낙태 규제법에 대한 반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직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저출산 정책의 하나로 강력한 낙태 금지 법안을 시행해온 결과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장돼 저출산 해결은커녕,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결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폴란드시민연단 대표 도날드 프란치셰크 투스크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폴란드 정권 교체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한 지 8년 만의 정권 교체이다.

지난 10월 시민연단, 제3의길, 신좌파 등 3당 연합은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총선에서 승리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PiS가 시행한 강력한 낙태 금지법이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폴란드통계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폴란드 출생아 수가 3만 48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연간 신생아 수는 11% 감소함에 따라 폴란드는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의 출산율 감소 폭을 경험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신생아 30%가 감소했다.

현재 폴란드는 고용 불안, 주택 문제, 보육 시설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유럽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인구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유럽으로 이주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에, 저출산 문제는 폴란드 정부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PiS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2자녀 이상 가구에 매달 500즈워티(약 16만원)을 지급하는 ‘500+’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이어 강력한 낙태 금지법을 제정해 출산율을 높이고자 했다.

[바르샤바=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폴란드의 정권 교체에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강경한 낙태 금지법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폴란드 시민들이 2021년 9월 임신 22주차에 양수가 터졌으나 낙태 금지법 때문에 즉각 처치를 받지 못하고 태아가 숨지길 기다리다 패혈성 쇼크로 숨진 30세 여성을 추모하는 모습. 2023.12.22.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 85%가 가톨릭인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다. 폴란드는 이미 1993년부터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임산부의 건강 이상, 태아의 장애가 발견될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엄격한 낙태 규제를 시행해 왔다. 이에 더해 PiS는 2021년부터 강간 및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아기와 임산부가 위독한 경우를 제외한 낙태를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PiS 집권 초기인 2016년 1.36명이었던 폴란드 출산율은 낙태 금지법이 시행된 2021년 1.3명으로 줄어든 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폴란드통계청은 지난해 폴란드 출산율이 2차 대전 이후 최저치였다고 밝혔다.

외신은 강경한 낙태 금지법이 여성의 선택권을 좁혀 출산율 저하를 유도했다고 본다. PiS 정부의 낙태법은 태아가 심각한 장애를 가진 경우, 양수가 터지는 등 감염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했다. 이어 낙태 수술을 받지 못한 산모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등의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하며 여성들의 임신·출산 의지는 저하됐다.

현재 폴란드의 18세에서 45세 여성 중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7년 41%에서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바르샤바=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폴란드의 정권 교체에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강경한 낙태 금지법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저출산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며 여성 비하 발언을 한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2023.12.22. *재판매 및 DB 금지

외신은 낙태 금지를 무조건 비판하는 대신, PiS 소속 정치인들의 과거 발언을 조명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당대표는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라도 일단 태어나야 한다”며 임신과 출산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발언을 남겼다. 또한 “저출산은 젊은 여성의 음주 탓”이라며 저출산 원인을 여성에게 돌린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통계상 낙태는 감소했을지라도, 불법 시술을 받거나 다른 나라에서 낙태를 하는 숫자가 상당할 것”이라며 해당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유럽 전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현재, 일방적인 낙태 규제가 과연 실질적인 인구 감소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총선 패배 후 마테우쉬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는 낙태법을 패인으로 인정했다. 투스크 신임총리는 낙태 제한을 완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외신은 이번 사건이 현대 정치에서 낙태 문제가 수백만 명의 유권자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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