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가스라이팅 돈 갈취, 불로 지지고 성관계 강요… 무속인 부부 징역형

19년 간 일가족 심리적 지배해 범행 
"범행 패륜적" 징역15년·10년 선고

가스라이팅. 게티이미지뱅크

20년 가까이 일가족 3명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면서 수억 원을 뜯어낸 무속인 부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부는 일가족 집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감시하고 가족 간 서로 폭행하게 하는 등 패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부장 이현복)는 특수상해교사, 강제추행, 공갈, 감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A씨에게 징역 15년을, 아내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한 가정의 구성원을 착취하는 것을 넘어 인격적으로 말살했다”며 “범행 방법이 가혹하고 패륜적이며 경찰 수사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등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겼다”며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범행은 남편과 사별한 C씨가 무속인 부부에게 의지하면서 시작됐다. A씨 등은 이런 점을 이용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C씨와 그의 자녀(남매) 등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배해 돈을 빼앗고 서로폭행하게 했다. C씨는 A씨 부부 지시에 따라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자녀들의 몸을 4차례나 지지기도 했다. A씨 등은 또 C씨 자녀인 남매 간 성관계를 강요·협박하고, 나체를 촬영했다. 남매 중 막내의 월급통장과 신용카드를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201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억5,000여만 원을 빼앗기도 했다.

A씨 부부는 C씨 가족의 집에 CCTV 13대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범행의 정도는 점점 심각해졌다. C씨 가족을 부엌에서 생활하게 하고 5개의 방에 자신들이 데려온 고양이 5마리를 한 마리씩 두고 키웠다. 부부의 범행은 남매 중 첫째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이웃집으로 도망치면서 발각됐다.

앞서 징역 30년을 구형한 검찰은 “살인 사건보다 죄책이 중하다”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