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용기낼게” “엄마가 지켜줄게” 병원에 걸린 감동의 소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 어른들도 다시금 산타를 믿고픈 때입니다. 없는 산타라도 찾아가 기도하고 소원하고픈 때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엔 트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옆엔 소원을 적은 카드가 빼곡하게 걸렸습니다. 초등학생의 삐뚤삐뚤한 글씨부터, 생의 마지막 편지인 듯 꾹꾹 눌러쓴 할아버지의 글씨까지.
아픈 부모를 지켜보는 애끓은 자식의 마음도, 아픈 자식에 애써 웃어 보이려는 부모의 다부진 각오도, 아빠가 어서 나아서 회덮밥을 먹길 바란다는 소망까지. 수술 잘 받고 내년엔 결혼하자는 당찬 공개 청혼엔 물개박수까지 절로 납니다.
“엄마가 용기 낼게. 엄마가 지켜줄게. 아파해도 돼. 사랑해. 우리 잘하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가자.”
오늘 입원한 아이에게 남긴 엄마의 글귀엔 코끝이 찡했습니다. 모두 한결 같았습니다. 건강하길, 건강해지길, 평범해지길, 예전처럼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취재를 위해 편지들을 메모하곤, 병원 식당에서 떡만둣국을 먹었습니다. 몇 숟갈 먹다, 결국 왈칵 울고 말았습니다. 병원 식당이라 다행입니다. 누구나 홀로 먹고 홀로 울 수 있는 곳이니까요.
세상을 떠난 친구가 오랜만에 생각나서였을까요. 생전 떡국을 즐겨 먹던 아버지가 보고싶어서일까요. 그저 떡만둣국이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맛있는 떡만둣국을 먹고 있음에 감사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내년엔 어떤 내일이 펼치지길 바라시나요?
세브란스 병원 로비에 모인 소원들은 무엇보다 간절하지만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아프지 말길, 건강하길,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길, 가족 여행에 갈 수 있길.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잊고 지낸 것들입니다.
병원에 걸려 있던 소원, 몇 개를 전해봅니다. 이 모든 이들의 소원이 꼭 이뤄지는, 꼭 산타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 성탄절입니다.
“내 머릿속의 종양아 더는 크지 말아다오. 부탁한다! 나에겐 초등생 아이가 3명이나 있어. 더이상 자라지 말아다오.”
“아픈 거 다 낫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싶어요. 저 정말 공부 열심히 할게요. 경찰대 붙게 해주세요. 엄마랑 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우리 엄마 아픈 거 이제 그만. 아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길~ 우리 엄마 우리 가족 화이팅!”
“우리 아빠, 시술도 할 수 있게 해주시고, 무사히 마치셔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당신에게. 아픈 내 곁에서 항상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그래도 당신을 많이 사랑합니다.”
“아빠, 제발 이대로만이라도 버텨주세요.”
“매일이 웃는 날일 순 없겠지만, 나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웃을 수 있게 해줄게요.”
“몸이 많이 아픕니다. 내년엔 나아졌으면 해요. 건강이 제일인데 꼭 좋아지길 빕니다.”
“제발 아들이 예전처럼 돌아오길.”
“울 공주님, 새해에는 아픈 일 없이 재활치료 열심히 해서 잘 걷고! 잘 말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게 해주세요. 엄마아빠가 항상 응원할게! 사랑해 울 공주님.”
“사랑하는 딸아, 엄마 아빠는 너가 건강하길 두 손 모아 빈다. 하루속히 건강해 환하게 웃길 바란다. 우리가 다 기도하니까 힘내. 우리 딸 사랑해.”
“우리 가족 사이가 좋아지게 해주세요. 그리고 눈사람을 만들게 해주세요. 또 제주도 여행을 가게 해주세요.”
“엄마가 용기 낼게. 엄마가 지켜줄게. 아파해도 돼. 사랑해. 우리 잘하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가자. 입원하는 날 엄마가.”
“우리 신랑 건강하게 지켜주시옵고, 하는 사업 번창하길 빕니다. 또한 저에게 건강을 주셔서 가정 이끄는 데 힘이 되게 하소서.”
“엄마! 하늘에서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 순간을 보내시고 언젠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엄마만을 생각하고 살게요. 사랑해요 엄마!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우리 아부지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세요.”
“엄마 형, 제가 지금 암으로 고생하는데 꼭 나아서 좋은 모습으로 같이 여행가요. 모두 사랑합니다.”
“울 아빠, 빨리 건강해지셔서 회덮밥 드시게 해주세요.”
“00이! 수술 잘 받고 2024년엔 결혼하자! 사랑해!”
“우리 아들 이제 돌인데 아프지 말고 여기 병원은 이제 그만 오자, 알았지?^^; 엄마 아빠가 언제나 사랑해! 메리크리스마스!”
“우리 엄마 치료 잘 받아서 건강하게 90까지 살기. 꼭. 항암 잘 이겨내기.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기 잘 지내기. 작은 것이어도 소중하게 생각하여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되길.”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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