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중대재해법, 유예할 게 아니다”…국회에 의견 표명
“중대재해처벌법 정착되도록 정부 지원 확대돼야”
국가인권위원회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정부와 여당 안에 대해 “근로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데 대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8일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 11명 중 6명의 찬성으로 해당 의견 표명을 의결했다.
인권위는 “당초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시행하기로 한 것을 ‘공포 후 5년’으로 개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경제적·사회적 약자 지위에 있는 근로자는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평등한 관계의 형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노동 관련 법령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며 “특히 노동 과정에서 다양한 신체 위험에 놓일 수 있으므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근로자가 입게 될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0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산업재해에 가장 취약하고 중대산업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법 적용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 재해 유형으로 떨어짐(36.8%), 끼임(10.3%) 등 이른바 ‘재래형 사고’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안전보건법규 준수와 예방적 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지킨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재해 유형이다”고 했다.
인권위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한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각각의 사업장 별로 상이한 상황 차이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더라도, 법 적용 유예보다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컨설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이는 산업재해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범위 확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준수 의무사항에 대해 ‘이미 확보했다’(22%), ‘준비 중이다’(59%), ‘준비하지 못했다’(18%) 순으로 응답한 사업장이 많았다. 법 이행 준수를 위한 조치로는 ‘재정 지원’(42%), ‘컨설팅’(30%), ‘적용 유예’(16%) 순으로 답했다.
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223명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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