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긴축하자면서 대통령 출장·여야 실세 예산은 늘렸다니
여야가 656조6000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지난 21일 확정했다. 올해 예산안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3%)보다 낮은 2.8% 증액에 불과해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어서 역대급 긴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 해외출장비, 여야 대표·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늘어났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4조6000억원이나 줄여놓더니 긴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예산들은 늘린 것이다.
대통령실 해외출장 예산은 올해보다 22억4500만원 증액된 271억1300만원으로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순방기간이 길었지만 ‘엑스포 유치실패’ 등 체감 성과는 없었던 반면 과잉의전 요구 등 논란은 잦았다. 그럼에도 순방 예산을 올해보다 9%나 늘렸으니 국민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예산 일부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증액됐고, 정부안에 없던 경찰청 정보 예산도 새로 편성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보류됐던 검찰·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법무부 사업추진비 등은 ‘찔끔 감액’된 채 대부분 복구됐다. 국세청 특수활동비는 약 1억원을 특정업무경비로 바꿔 편성했다. 어떻게 쓰이는지 불투명한 예산들로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삭감폭이 R&D 예산보다 작았다. 예산이 늘어난 곳은 대부분 힘있는 권력기관들이다. 권력기관이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여야가 대체 어떻게 예산심의를 한 것인지, 특히 민주당은 이런 예산을 왜 용인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와중에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80여억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억5000여만원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정권 실세인 장제원 의원은 노후산업단지 개발산업 예산을 정부안보다 5억여원 더 많이 받았다. 여야의 ‘짬짜미·쪽지 예산’ 편성의 악습이 올해도 되풀이된 것이다. 국회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들로 구성된 소소위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의해 예산이 멋대로 주물러진 것이다. 소소위가 어떤 근거로 예산을 증액하고 신설했는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기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만 보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유지” 주장은 맞지만 실질적 나라 살림 지표인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 적자율은 3.9%에 달한다. 긴축정책을 펴는 한편으로 부자·대기업 세금을 깎아줘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에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물 쓰듯이 예산을 펑펑 쓰겠다는 윤 대통령과 여야의 특권의식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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