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세율 50% ‘미친 상속세’...4000조 ‘묶인 돈’ 젊은 층에 못 흘러간다
고령층 순자산 1년새 198조원 증가
2050세대 자산비중 15% 감소하고
60세 이상은 12년새 12% 껑충 뛰어
◆ 커지는 상속세 부작용 ◆
세대간 부(富)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상속·증여세 장벽이 지나치게 높아 고령층 자산이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층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가구별 자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은 올해 3856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198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전체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2162조원)보다 1.8배 많은 자산이 고령층에 고여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자산이 고령층에 묶여 있는데 세대간 자산 이전 물꼬를 틀 수 있는 상속·증여세율은 20년 넘게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고령층 자산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가로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고령층에 급속도로 쌓이고 있는 부를 젊은층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상속세제 개편 이후 20년 넘는 기간 동안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급속한 고령화로 60대 이상 연령층에 전체 사회 부가 몰리게 되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은 늘었는데 23년 전 상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며 국민 전체적인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것도 문제다. 2000년 1377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4249만원으로 3배 뛰었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며 상속재산 역시 3조4134억원에서 56조4037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예전에는 부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도 상속세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30.7%에 달한다. 하지만 가업 상속분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빼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부실하다. 지난해 정부는 세법을 고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 기준을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5000억원 미만으로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지난 21일 국회는 가업승계 때 저율 증여세율(10%)을 적용하는 재산가액을 6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리는 세법을 통과시켰지만, 당초 정부가 300억원까지 저율 과세를 추진하려고 했던데 비하면 기준 금액이 크게 줄었다.
반면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후계자 부재 문제를 풀기 위해 2027년까지 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하는 식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에 나서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한국은) 가업 승계를 위한 주식 증여 절차가 까다로워 기업을 물려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변호사는 “OECD 최고 수준의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요 기업 대주주들이 실적 대비 주가를 낮게 유지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커졌다”며 “중소기업 고령화 현상 역시 심해지며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생기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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