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신설, 의협 세몰이 빌미 될라…의대 증원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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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2025학년도 입시에 새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구체적인 증원안이 완성돼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의협과 정례 협의기구를 두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들을 논의해왔다.
의협이 지난 17일 의대 증원에 반대해 서울에서 연 '총궐기대회'에는 회원 14만여명 중 1천명 남짓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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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2025학년도 입시에 새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구체적인 증원안이 완성돼야 한다. 내년 1~3월 중 보건복지부가 증원 수를 확정한 뒤, 학교별 정원 배분과 지역·필수 의료 분야 지원책 등이 차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증원 규모를 정하려면 고려할 요인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다른 나라에 견줘 국내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따져보고, 고령화 추세 등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의사 수급을 추계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과 학계에서는 대체로 연 1천명 안팎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복지부는 512명부터 1천명 이상 등의 증원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의대들이 이만큼의 학생을 더 수용할 여건을 갖췄는지도 관건이다. 지난달 정부 조사에서는 전국 40개 의대가 내년 입시에서 총 2847명의 신입생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정원(3058명)만큼이나 단번에 증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원과 학생들 사이에선 ‘지금도 수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군소 의대들 중에는 강의실·실습실마저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 1월께까지 현장 실사로 대학별 교육 여건을 다시 평가한 뒤, 증원 규모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내부적으로 증원 수를 정하더라도 얼마간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뜸을 들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 수위를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부닥쳐 의대 증원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의협과 정례 협의기구를 두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들을 논의해왔다. ‘의협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명분을 쌓은 것이다. 의사들의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낮추고, 전공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로 하는 등 의협이 요구하는 정책들도 수용했다. 의협에서는 2020년과 견주면 집단행동에 나설 동력이 적은 분위기다. 의협이 지난 17일 의대 증원에 반대해 서울에서 연 ‘총궐기대회’에는 회원 14만여명 중 1천명 남짓만 나왔다.
다만 정부가 손댈 수 없는 변수가 있다. 정치권 입김이다. 여당이나 대통령실이 보기에 의대 증원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활용하기 좋은 민생 카드일 수 있다. 증원 규모·방식이 ‘윗분’들의 정치적 계산에 맞춰 틀어진다면 과학적 근거와는 멀어질 것이다. 야당 역시 정부가 밟아온 정책 단계는 무시한 채 숙원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공의대 신설 법안을 사전 조율 없이 상정하고 표결로 밀어붙인 게 대표적이다. 공공의대는 민주당이 2020년 추진했다가 의협 집단행동의 도화선이 됐던 정책이다. 대학 신설에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25학년도 증원 때는 미뤄두고 장기 과제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너무 일찍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의협 세몰이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관가를 취재하다 보면 “보건의료 정책에는 좌우가 따로 없더라”는 말을 듣는다. 국민 건강·생명을 다루는 문제에선 정치인들도 대체로 당리당략보다 ‘옳은 쪽’을 우선시했다는 얘기다. 19년 만의 의대 증원을 눈앞에 둔 지금 정치권이 보여줘야 할 태도다.
천호성 인구복지팀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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