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3일 연휴…'나홀로 집에' 말고도 볼 만한 크리스마스 영화는 무엇일까 [TEN초점]
이하늘 2023. 12. 22. 19:01
왠지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지는 크리스마스
달콤쌉싸름한 멜로부터 유쾌한 애니메이션까지
톰 행크스, 멕 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감독 노라 에프론)은 1990년대 멜로 영화의 정석과도 같은 영화다.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샘 볼드윈(톰 행크스)의 어린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는 1년 반이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 라디오에 어떤 사연을 보낸다. 같은 날, 신문 기자 애니(멕 라이언)은 월터(빌 풀만)과 약혼했음을 가족들에게 발표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조나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성탄절 소원이 뭐냐"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물음에 "아빠 소원이에요. 새 아내가 필요해요"라며 실의에 빠진 아빠를 대신해 공개 구혼을 했던 것. 샘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방송되고 애니는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 남자가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일지도 모른다는 것.
엔딩부, 야경을 배경으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샘과 애니가 마주칠 때, 외벽에 하트가 떠오르는 신은 명장면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유브 갓 메일'의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론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며, OST 셀린 디옹과 클라이브 그리핀이 부른 'When I Fall In Love'와 태미 와이넷 'Stand By Your Man ' 두 주인공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명곡이다.
영화 '캐롤'(2015) 토드 헤인즈 감독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대가로 솝꼽히는 미국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작가의 소설 '소금의 값'(1952)(가명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캐롤'로 이름을 바꾸어 출간했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동성애가 정신병으로 분류된 시기로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허락되지 못하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 인형가게에서 일하던 테레즈는 어린 딸의 선물을 사러 온 캐롤과 미묘한 첫 만남을 가진다. 캐롤이 카운터에 놓고 간 장갑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지만, 이 감정의 원인은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 새하얀 눈밭이 주는 아련함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 미셸 공드리 감독
'수면의 과학'(2006), '무드 인디고'(2014)를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대표작 '이터널 선샤인'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엘(짐 캐리)는 아픈 기억을 지워준다는 '라쿠나' 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함께 한 추억들을 하나씩 삭제한다. 하지만 기억들이 하나씩 저편으로 사라져갈수록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치고받고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던 순간이 아니라 왜 상대에게 빠져들었는지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던 추억인 찰스 강에서의 데이트가 떠오른 조엘은 "기억을 지우기 싫다"라고 울부짖지만, 기억은 차츰차츰 지워지기 시작한다. 새하얀 설원 배경의 영화를 떠올릴 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만큼이나 단숨에 떠오르는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재정의하는 영화다. 원제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209번째 줄부터 나온 구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빛'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윤희에게'(2019) 임대형 감독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금 엮어내는 과정을 그려낸, 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고등학생 딸 새봄(김소혜)가 우연히 엄마 윤희(김희애)에게 온 편지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엄마 윤희가 고등학생 소녀였던 시절에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새봄은 편지의 발신지인 일본 오타루로 여행을 떠나자고 말한다.
해당 편지는 윤희의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가 끝내 전하지 못하고 꾹꾹 마음만 눌러 담았던 것으로,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에 의해 전달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딸을 부양하며 어렵게 살던 윤희는 딸이 제안한 일본 여행을 떠나며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거리 가득 쌓인 눈만큼이나 부풀어 올랐지만, 수신되지 못했던 감정들은 수년간의 세월이 지나서야 도착한다. 극 중에서 윤희의 딸 새봄이란 이름처럼 춥고 매섭던 겨울은 곧 눈이 녹아 없어지고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게 한다.
◆ 전형적인 산타클로스 아냐!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2019) 세르히오 파블로스 감독
어린 시절, 베개 맡이나 양말 안에 기다리던 선물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기다리곤 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감독 세르히오 파블로스)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깨버리고 신선함을 제공한다. 우정총국 총재의 아들인 제스퍼 요한슨은 우체부 훈련은 받고 있지만, 여간 성실하지 못하다. 매일 빈둥댈 생각이나 하고, 정해진 할당량도 채우지 못한다. 이에 총재는 아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스미어렌스버그라는 외딴 섬마을의 우체국으로 보내고, 조건을 내건다. 1년 안에 편지 6천 통을 처리 못하면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엘링보 가문과 크럼 가문으로 나뉜 마을 주민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매일 어떻게 싸움을 걸지만 생각하며,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 같은 것은 쓰지 않는다. 그러다 제스퍼는 클라우스라는(산타클로스를 연상시키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클라우스'는 서로에게 증오만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이 제스퍼와 클라우스의 협업으로 인해서 점점 화해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말이다. 눈 덮인 설원에서 눈썰매를 타고 직접 만든 인형과 편지를 배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루돌프와 산타클로스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달콤쌉싸름한 멜로부터 유쾌한 애니메이션까지
[텐아시아=이하늘 기자]매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Christmas)가 다가오면, 거리에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반짝이는 장신구가 달린 트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무려 1주일가량을 쉬기도 하는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괜스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시기가 되면, TV 채널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들을 반복해서 틀어주기도 한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러브 액츄얼리' 등은 익숙하지만 안 보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조금은 달콤쌉싸름하고 사랑부터 새하얀 눈밭이 주는 아련함을 담은 영화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5편의 영화를 추천해본다.
◆ 초콜릿만큼이나 달콤쌉싸름한 사랑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노라 에프론 감독
이 시기가 되면, TV 채널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들을 반복해서 틀어주기도 한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러브 액츄얼리' 등은 익숙하지만 안 보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조금은 달콤쌉싸름하고 사랑부터 새하얀 눈밭이 주는 아련함을 담은 영화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5편의 영화를 추천해본다.
◆ 초콜릿만큼이나 달콤쌉싸름한 사랑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노라 에프론 감독
톰 행크스, 멕 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감독 노라 에프론)은 1990년대 멜로 영화의 정석과도 같은 영화다.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샘 볼드윈(톰 행크스)의 어린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는 1년 반이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 라디오에 어떤 사연을 보낸다. 같은 날, 신문 기자 애니(멕 라이언)은 월터(빌 풀만)과 약혼했음을 가족들에게 발표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조나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성탄절 소원이 뭐냐"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물음에 "아빠 소원이에요. 새 아내가 필요해요"라며 실의에 빠진 아빠를 대신해 공개 구혼을 했던 것. 샘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방송되고 애니는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 남자가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일지도 모른다는 것.
엔딩부, 야경을 배경으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샘과 애니가 마주칠 때, 외벽에 하트가 떠오르는 신은 명장면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유브 갓 메일'의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론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며, OST 셀린 디옹과 클라이브 그리핀이 부른 'When I Fall In Love'와 태미 와이넷 'Stand By Your Man ' 두 주인공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명곡이다.
영화 '캐롤'(2015) 토드 헤인즈 감독
20세기 최고의 범죄소설 대가로 솝꼽히는 미국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작가의 소설 '소금의 값'(1952)(가명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캐롤'로 이름을 바꾸어 출간했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동성애가 정신병으로 분류된 시기로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허락되지 못하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 인형가게에서 일하던 테레즈는 어린 딸의 선물을 사러 온 캐롤과 미묘한 첫 만남을 가진다. 캐롤이 카운터에 놓고 간 장갑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지만, 이 감정의 원인은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영화는 1950년대의 입자가 거칠고 낭만적인 색감과 유리창과 차창이 번진 이미지들, 재즈곡들로 하여금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을 묘사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사진 작가 사울 레이터의 작업들의 질감과 구도를 참고했다고도 알려져있다. 대사 자체가 많지 않기에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루니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숨막힐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2015년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루니 마라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새하얀 눈밭이 주는 아련함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 미셸 공드리 감독
'수면의 과학'(2006), '무드 인디고'(2014)를 연출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대표작 '이터널 선샤인'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엘(짐 캐리)는 아픈 기억을 지워준다는 '라쿠나' 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함께 한 추억들을 하나씩 삭제한다. 하지만 기억들이 하나씩 저편으로 사라져갈수록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치고받고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던 순간이 아니라 왜 상대에게 빠져들었는지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던 추억인 찰스 강에서의 데이트가 떠오른 조엘은 "기억을 지우기 싫다"라고 울부짖지만, 기억은 차츰차츰 지워지기 시작한다. 새하얀 설원 배경의 영화를 떠올릴 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만큼이나 단숨에 떠오르는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재정의하는 영화다. 원제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209번째 줄부터 나온 구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빛'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윤희에게'(2019) 임대형 감독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금 엮어내는 과정을 그려낸, 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고등학생 딸 새봄(김소혜)가 우연히 엄마 윤희(김희애)에게 온 편지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엄마 윤희가 고등학생 소녀였던 시절에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새봄은 편지의 발신지인 일본 오타루로 여행을 떠나자고 말한다.
해당 편지는 윤희의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가 끝내 전하지 못하고 꾹꾹 마음만 눌러 담았던 것으로,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에 의해 전달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딸을 부양하며 어렵게 살던 윤희는 딸이 제안한 일본 여행을 떠나며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거리 가득 쌓인 눈만큼이나 부풀어 올랐지만, 수신되지 못했던 감정들은 수년간의 세월이 지나서야 도착한다. 극 중에서 윤희의 딸 새봄이란 이름처럼 춥고 매섭던 겨울은 곧 눈이 녹아 없어지고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게 한다.
◆ 전형적인 산타클로스 아냐!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2019) 세르히오 파블로스 감독
어린 시절, 베개 맡이나 양말 안에 기다리던 선물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기다리곤 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감독 세르히오 파블로스)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깨버리고 신선함을 제공한다. 우정총국 총재의 아들인 제스퍼 요한슨은 우체부 훈련은 받고 있지만, 여간 성실하지 못하다. 매일 빈둥댈 생각이나 하고, 정해진 할당량도 채우지 못한다. 이에 총재는 아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스미어렌스버그라는 외딴 섬마을의 우체국으로 보내고, 조건을 내건다. 1년 안에 편지 6천 통을 처리 못하면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엘링보 가문과 크럼 가문으로 나뉜 마을 주민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매일 어떻게 싸움을 걸지만 생각하며,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 같은 것은 쓰지 않는다. 그러다 제스퍼는 클라우스라는(산타클로스를 연상시키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클라우스'는 서로에게 증오만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이 제스퍼와 클라우스의 협업으로 인해서 점점 화해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말이다. 눈 덮인 설원에서 눈썰매를 타고 직접 만든 인형과 편지를 배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루돌프와 산타클로스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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