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결혼 50주년인데"... '수원역 환승센터 사고' 사망자 유족 오열

오민주 기자 2023. 12. 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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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버스환승센터 사고' 사망자, 병원가다 참변
22일 수원역 버스환승센터 사고로 버스에 치어 숨진 A씨(77)의 유가족이 관련 절차를 위해 대기하던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모습. 오민주기자

 

“다음 주에는 결혼한 지 딱 50주년 되는 날이었는데…고생만 하다가 가버렸습니다.”

22일 오후 3시께 수원 영통구에 있는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로비. 이날 오후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A씨(77)의 남편 B씨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바닥 만을 보고 있던 B씨가 이내 힘겹게 말을 꺼냈다. “뉴스에서 기사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그게 우리 아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둘째 아들의 전화를 받고 택시 타고 바로 달려왔다”며 “아내와 50주년 결혼기념일이 다음 주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B씨 옆에는 사고 당시 A씨가 입고 있던 옷을 담은 가방이 놓여있었다. 그마저도 겉옷은 챙기지 못했다. B씨는 “오늘 날씨가 춥다고 병원 가기 전에 챙겨 준 겉옷이 있었는데, 피가 너무 많이 묻어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하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소식을 듣고 달려온 A씨의 아들과 며느리는 B씨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 이게 무슨 일이에요’ 라며 아버지의 품에 안겨 목 놓아 울었다.

A씨는 이날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집에서 수원에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 오후 1시27분께 수원역 12번 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사고가 난 것. 유족들은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황망한 듯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유족들은 아직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탓에 장례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경찰과 협의한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인계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수원역 버스환승센터에서는 오후 1시26분께 주행 중이던 30-1번 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졌고,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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