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홍콩H지수 ELS 6.2조 손실 예상… 대부분 2024년 상반기 만기도래

안승진 2023. 12. 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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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홍콩)가 망하기 전까지는 절대 손실이 없다고 했는데 현재 반 토막이 났다."

사업가 박모(59)씨는 2021년 한 시중은행에 회사 자금을 예금하러 갔다가 창구 직원에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권유를 받았다.

22일 금융감독원의 '2023년 3분기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녹인(Knock-In·원금손실)이 발생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6조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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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홍콩)가 망하기 전까지는 절대 손실이 없다고 했는데 현재 반 토막이 났다.”

사업가 박모(59)씨는 2021년 한 시중은행에 회사 자금을 예금하러 갔다가 창구 직원에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권유를 받았다. 당시 은행 이자보다 약간 높은 금리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박씨는 30억원을 ELS 상품에 넣었고 현재는 절반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ELS가 뭔지도 몰랐고 6개월 후에 언제든 찾을 수 있다고 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후회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금융감독원의 ‘2023년 3분기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녹인(Knock-In·원금손실)이 발생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6조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87.8%인 5조9000억원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17일 1만2229포인트 고점을 찍은 이후 전날 기준 5620포인트로 절반 이상 지수가 빠졌다. 최근 지수 상황을 보면 ELS 가입자가 집중된 2021년 수준으로 손실이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ELT) 또는 발행 증권사의 직접 판매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 등에 판매됐다. 올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 19조3000억원 중 15조9000억원(82.1%)이 은행권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문제는 은행 창구를 찾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매가 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ELS가 원금 손실 우려가 큰 고위험상품인 줄 모르고 가입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 제출받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잔액(13조5790억원) 중 60대 이상에 판매된 규모는 6조4541억원(47.5%)에 달했다.
사진=뉴스1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위원회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ELS 관련 합동점검 회의를 개최해 향후 투자자 손실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당국은 내년 상반기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민원 및 분쟁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및 조치 등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사의 위규 소지를 엄정히 파악하고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구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구제절차 마련에 힘써 달라”고 지시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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