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세대 초월·N잡러 일상화···'페러니얼' 세상이 온다

최수문기자 기자 2023. 12. 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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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마우로 기옌 지음, 리더스북 펴냄)
고령화·인구감소·급속한 기술발전
'놀이-공부-일-은퇴' 인생모형 변화
최대 10세대가 공존하는 사회 예고
MZ 등 세대구분 더 이상 쓸모없어
진로·경력전환 자유로운 세상 전망
평생교육 통해 은퇴 시기도 늦춰져
[서울경제]

한쪽에서는 합계출산율 0.7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아이가 없어 허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입시가 전국 학부모와 학생들을 피곤케 한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도 커진다. 국민연금은 현행제도로는 2055년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은 현재 자신의 직업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하게 만든다.

이런 인구학적·기술적 문제가 한국만의 일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현재 진행형이고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따라 겪을 일이다. 한국이 당한 충격이 보다 클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번역 출간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인구충격과 맞바꿀 새로운 부의 공식’(원제 The Perennials)의 저자인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이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안주했던 ‘순차적 인생 모형’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순차적 인생 모형이라는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직업을 가져 돈을 번 후 이를 바탕으로 안락한 노후를 즐긴다는 ‘놀이-공부-일-은퇴’라는 네 단계를 거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노령화와 출산율 감소,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른 지식의 노후화가 결합하면서 더는 이런 모형이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100세 시대라고 하듯 수명 연장은 이미 우리 삶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저자는 최근 주목 받은 알파세대(2013년 이후 출생자), Z세대(1995~2012년생), 밀레니얼 세대(1980~1994)를 포함해 기성세대인 X세대(1965~1979), 베이비붐 세대(1946~1964), 침묵의 세대(1925~1945), 가장 위대한 세대(1910~1924) 등 앞으로 최대 10세대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시대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쪽으로는 혜택에 대한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갈등이 폭발할 수 있고 반대로 여러 세대가 한 데 어울려 잘 살아갈 가능성도 역시 존재한다. 저자는 후자에 방점을 찍는다. 수명 연장은 모든 단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저자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조직이 순차적 인생 모형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페러니얼(perennial)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페러니얼은 원래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단어로,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길어진 인생에서 다수의 경력과 직업을 추구하고, 각각의 경험에서 서로 종류가 다른 개인적 성취를 이룬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페러니얼의 사고방식은 모든 세대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10대는 한 번의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로 수정과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 경력 전환의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60~70대는 육체적 부담이 덜한 직종으로 전환하거나 재교육을 통해 은퇴 시기를 늦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점점 발전 속도를 높여가는 첨단 기술은 평생교육이든, 평생직업이든 오히려 많을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한국의 인구 충격이 이미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을 반영해 책에서도 한국의 사례가 많이 나온다. 저자는 “21세기 문맹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것을 잊고(탈학습), 다시 배울(재학습) 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학교에서 일터로, 그리고 은퇴로 이어지는 기존 모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2만 1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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