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1조 원…한국의 김은 왜 잘 팔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산식품 가운데, 가장 수출이 많이되는 식품은 무엇일까? 바로 김이다. 전세계 김 시장 1위. 그것도 70% 이상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김 수출액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8%씩 성장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수산식품 수출 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의 일이다. 오죽하면 수산 업계에서는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한국의 김은 왜 이렇게 잘팔리는 것일까?
■ 김 생산국은 3개국 뿐…경쟁 상대 많지 않아
우선 경쟁 상대가 많지 않다. 전 세계에서 김을 대규모로 생산해 상품화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뿐이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의 생산 기반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김 양식 면적은 635㎢로 여의도의 218배 규모에 달한다. 이렇게 생산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보니, 1년에 55만 톤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물김을 생산해 낼 수 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넓은 양식 시설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레 계약을 원하는 국가도 많을 수밖에 없다.
■ 뛰어난원료와 가공기술
물론 생산 물량만 많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니다.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김은 생산도 많이 되지만 품질도 좋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김 종류 가운데 '돌김'이라는 종이 있는데, 이 돌김은 조미김으로 쓰이고, 바로 구워서 장에 찍어 간단히 먹기에도 아주 좋다.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도 경쟁력이 있다.
좋은 원료에 더해 가공 기술도 뛰어나다. 최근 미국 등에서 '냉동김밥' 열풍으로 수요가 증가한 '김밥용 김'을 예로 들어보자. 김밥용 김은 전 세계 공급을 우리나라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월등한 제조 기술력에 있다. 일본과 중국은 보통 김 1속(100장 단위)당 280g 이상 되는 김만 생산해 김의 두께가 두꺼울 수밖에 없는 데 반해, 우리는 1속당 200g에서 330g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두께가 얇아야 하는 김밥용 김의 생산은 우리만 가능하다는 게 김 수출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종자·생김 양식·마른김·수출 등 4가지로 분업화돼 있는 우리의 김 생산 체계도 경쟁국과 비교해 효율적이라는 평가이다. 일본의 경우 양식 어민이 생산과 가공, 판매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제품 다양화
김 수출이 1조 원을 넘은 데에는 품목 다변화 노력도 한몫을 했다. 일찌감치 해외 수출을 목표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 덕이다. 해외에서 인기가 좋은 건 우리가 주로 식탁에서 먹는 '밥에 싸 먹는 김'이 아닌 '간식용 김'인데, 김 부각· 김 스낵·김 칩 등 다양한 형태의 신상품을 개발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또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겨자 맛' '김치맛' '씨솔트맛' '데리야키 맛' 등 다양한 맛을 김 제품에 가미했다. 국가별로 그 나라 입맛과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제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하는 능력은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여기에 김이 가지고 있는 제품적 특성도 수요 증가에 한몫을 했다. 김은 '건강· 다이어트 식품'이면서, '비건 식품'이기도 하고, '할랄 음식' 이기도 하다. 건강과 미용에 좋고 누구나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에 시간이 갈수록 김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더 늘고 있다.
■ 어촌 고령화…생산기반 유지는 과제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우리 김이 이런 호황을 누린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최근 어촌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양식장의 노동력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식장의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제품 생산은 물론 수출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우리의 김 양식 어장은 10여 년 전 수출량이 2~3억 달러 수준일 때 확보된 면적이 그대로이다. 많은 시설이 노후화돼 있다. 새로운 양식장을 개발하고,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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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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